벼가을은 다 했나?

가톨릭부산 2016.10.26 09:54 조회 수 : 77

호수 2406호 2016.10.30 
글쓴이 김준한 신부 

벼가을은 다 했나?

김준한 신부 / 감물생태학습관 관장 jhkim7291@gmail.com

  온 들판이 말 그대로 황금 물결입니다. 요새는 보기 힘든 다랭이논이 장관을 이루는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에는 농부들 숫자만큼은 아니지만 휴일이면 많은 사진가가 찾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아이들도 벼베기 체험으로 드나드는 이곳은 예수님 말씀 그대로“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마태 9, 38)고 청해야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계절,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은‘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입니다. 가을이란 말은 바로 다름 아닌 추수(秋收)의 순우리말입니다. 이 추수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했던지 세월이 흐르면서 추수를 하는 계절인 9, 10, 11월을 가리키는 말로 가을의 의미가 바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가을을 만끽한다는 것은 단풍놀이를 가거나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니 여자의 계절이니 티격태격할 것이 아니라면, 황금 들판에 뛰어들어 땀 흘려 가을걷이를 하는 것이 건강한 계절나기의 한 방법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작물보다 단연 곡식이 잘되는 나라입니다. 그중에서도 역시 벼가 최고입니다. 농사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우리나라 날씨의 특성 중 하나인 여름 장마를 잘 이겨내는 작물은 흔치 않습니다. 장마 중에도 쑥쑥 잘 크고, 같은 자리에서 계속 농사를 지어도 연작피해가 없으며, 큰 키로 풀과의 전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는 벼는 그래서 소중한 먹을거리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농부의 보살핌과 창조주 하느님의 섭리로“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마르 4, 27)에 저절로 자라는 곡식은 하늘나라의 신비입니다. 그렇게 땅과 하늘이 조화를 이뤄 영근 낟알을 보며 이 가을, 복음의 생태적 신비를 깨닫는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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