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05호 2016.1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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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미사 시작 때마다 하는 고백의 기도도 그렇고, 훈계 같은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면 제 마음에서 죄책감과 수치감이 듭니다. 요즘 TV에서 하는 강연에서는 위로나 격려의 메시지가 많은데, 성당에서는 오히려 우리 죄와 부족함을 더 강조하는 듯합니다.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고백의 기도 중에‘생각과 말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가슴을 치며) 제 탓이오’하는 부분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지은 죄에 대한 죄책감과 부끄러운 마음이 절로 들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시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음으로써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려 삶의 중심을 하느님께 두게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그저 인간이기에 죄를 지을 수 있고,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과 부모와의 관계를 보면 죄의 고백과 용서가 무엇인지 분명히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자녀가 잘못해서 부모가 혼을 낼 때, 있는 그대로 잘못을 털어놓는 아이는 부모가 용서해주고, 자신을 사랑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경우입니다. 잘못이 없고 부족함 없이 늘 당당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마음이지만, 사실 세상 어느 누구도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용기를 내어 하느님 앞에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죄 고백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사랑받고 있음을 믿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그 사랑을 받지만, 우리는 하느님께 그 사랑을 받습니다. 하느님 앞에 우리의 죄와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은 수치스럽고 죄책감을 느끼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저, 주시는 사랑을 받고, 용서 받는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