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02호 2016.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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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물질적인 것에도 그렇고, 자녀도 그렇고, 너무 많은 것들에 애착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을 버리라는 복음의 요청 앞에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버리고 사는 게 과연 가능한지도 의문입니다.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질문을 받고 떠오른 성경구절이 있었습니다.“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무엇을 받겠습니까?”(마태 19, 27) 제자들을 대표하여 당돌하게 묻는 베드로가 그려집니다. 그런데 한 번 더 보면 이 질문 자체가 이미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버렸다고 당당하게 말하지만 그 역시 최소한 하나, 무엇인가를 받고자 하는 마음 하나는 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욕심이 있었기에 베드로는 제자들을 대표한답시고 예수님에게 당당하고 뻣뻣하게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구절이 보여주는바 또한 인간은 마지막까지 다 버리지 못하면서 살아간다는, 다 버리고 살아간다는 일이 실상은 불가능한 꿈이라는 사실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무엇으로 우리 마음속 그릇을 채울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마음 그릇도 다른 그릇처럼 용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채워 넣는 내용에 따라 아름답고 좋은 마음이 되기도 하고, 추하고 나쁜 마음도 됩니다. 어차피 비우고 살지 못하는 우리들 마음속이라면, 이왕이면 좋은 것으로 채우려 애쓰면 좋겠습니다. 그게 하느님께서 좋다 하실, 그분 자녀다운 창조에 부응하는 피조물다운 신앙인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