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는 신자들이 기일과 명절을 맞이하여 조상께 드리는 제사와 차례를 허용합니다. 상에 음식을 차려 놓고, 십자가와 조상의 사진을 모셔 놓은 다음, 그 앞에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 예식을 허락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위패를 모시면서 위패가 신상(神像)을 의미하거나 혼이 깃든 것으로 생각하여 ‘신주’(神住) 또는 ‘신위’(神位)라는 글씨를 쓰는 것과 혼령을 불러 들이는 축문을 읽는 것은 금합니다.

 

우리나라 천주교가 100여 년 동안 박해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조상에게 제사를 드리지 않는 데에 있었습니다. 한국 교회 초기에는 조상제사를 미신 행위로 보고 신자들이 제례에 참여 않도록 했으며, 신주(神住), 신위(神位)라고 써 붙인 위패를 집안에 두는 것을 불허했습니다. 당시 열심한 신자들은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부모와 조상의 제사를 거부하였고 그 때문에 순교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비오 11세 교황은 1939년 『중국 의식에 관한 훈령』을 통하여 조상 제사나 차례가 미신이나 우상 숭배가 아니라 사회 문화적 풍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는 신자들이 가정에서 제사와 차례를 지내는 것을 허용하며, 제사가 조상 숭배가 아니라 조상에 대한 효성을 나타내는 전통문화라고 하며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습니다. “제사의 근본 정신은 선조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선조의 유지에 따라 진실된 삶을 살아가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데 있다. 한국 주교회의는 이러한 정신을 이해하고 가톨릭 신자들에게 제례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한 사도좌의 결정을 재확인 한다".(『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제 134조 1항)

 

교우님들의 각 가정에 하느님 은총 넘치는 행복한 한가위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