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는 구원사업을 택하였고 우리 신자들은 창조사업을 택했다고 말합니다. 가톨릭 교회에서 미혼 종신 부제를 포함해서, 성품성사를 받은 성직자(주교, 신부, 부제)는 혼인을 하지 않습니다. 독신생활을 하는 이유는 갈림 없는 마음으로 더욱 쉽게 주님을 따르고, 주님 안에서 자유롭게 하느님과 사람들을 섬기는 데에 헌신하며, 하느님 백성에게 좀 더 수월하게 봉사하기 위해서입니다(사제 생활 교령 16항 참조)

 

사제들이 혼인하지 않는 풍습은 4세기 서방교회의 일부 지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에서 열렸던 엘비라 교회 회의는 모든 성직자에게 부부관계를 삼갈 것과 자녀 출산을 금지하였습니다(신경 편람[덴칭거] 119항 참조). 그러다 성직자들의 독신이 법적으로 규정되어 전체 교회로 확산 시행된 것은 1123년 제 1차 라테라노 공의회에 이르러서입니다(신경 편람[덴칭거] 711항 참조). 1545년 트리엔트 공의회는 다시 한번 성직자들의 혼인을 정식으로 금지하였고(신경 편람[덴칭거]1809항 참조). 1917년 교회법에도 사제 독신제가 명시됩니다. 따라서 서방 교회에서는 하늘 나라 때문에 독신 생활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독신 남성 신자들 가운데에서 후보자를 선발하고 성품성사를 줍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579항 참조).

반면에 동방 교회는 독신 제도가 다릅니다. 주교들은 독신자들 중에서 선발하지만, 기혼 남자들도 부제품과 사제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방 교회도 이미 성품 성사를 받은 사람은 혼인할 수 없습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580항 참조).

사제의 독신 생활은 교회가 수세기 동안 지켜 온 것이며, 오늘날에도 그 가치는 조금도 감소되지 않았습니다. 교회는 독신 생활이 지닌 긍정적,신학적,사목적 역할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독신생활을, 성품성사를 받고자 주님께 바쳐야 하는 대가로 여기는 것은 미숙한 생각입니다. 하늘 나라를 위한 독신은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허락된 이들만 받아들일 수 있는 하느님의 고귀한 선물이며 은총입니다(마태 19,11 참조). 또한 독신 생활은 제자들이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모든 것을 버린 것처럼(루카 18,28-30 참조), 하느님과 다른 이들을 위한 성소를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입니다. 사제의 독신은 하느님의 축복인 혼인을 도외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주어진 사랑 때문에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로 태어난 새 생명을 따르는 것입니다(바오로 6세, 회칙 [사제 독신 생활] 13항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