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02호 2018.0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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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철호 신부 |
여러 책에서 아마겟돈에서 인류 최후의 전쟁이 벌어진다고들 말하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jubo@catb.kr
아마겟돈은 히브리말로 ‘하르-마게돈(므기또)’, 곧 므기또의 언덕(산)이라는 뜻입니다. 므기또는 이스라엘의 곡창 지대인 이즈르엘 평야를 지키던 성읍으로 필리스티아와 이스라엘 간에 전쟁이 자주 벌어졌던 곳입니다. 또한, 다윗 왕국의 재건을 꿈꾸던 요시야 임금이 파라오 임금 느코와 최후의 전투를 벌이다 패하여 전사했던 곳입니다.(2열왕 23,30) 이것이 묵시 16,12-16에서 사탄의 세력이 하느님과 전투를 벌이기 위하여 임금들을 불러 모은 곳을 하르마게돈이라고 부르는 배경이 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떤 이들은 아마겟돈에서 실제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세계 대전이 벌어질 것이라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자신들과 다른 교리를 가진 교단들을 사탄의 세력으로 규정하며 그들과 벌이는 영적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 아마겟돈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마겟돈은 미래의 실제 전쟁터도,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교단들과 벌이는 영적 전투의 장소도 아닙니다. 예언서나 묵시록에 담긴 전투 이야기들처럼 아마겟돈은 모두 매 시대마다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모든 적대자들과 벌이는 영적 전투를 말합니다. 묵시록이 이를 다소 두려운 방식으로 묘사하는 이유도 하느님께 의지하며 매일같이 마주하는 영적 전투에서 승리하여 하느님 자녀로 올바르게 살아야함을 “강력하게” 권고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미 영원한 생명을 약속받은 하느님의 자녀들이기에 아마겟돈 최후의 전투를 상상하며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를 읽을 때 마다 다시는 하느님을 배반하지 않는 참된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갈 것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