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01호 2018.0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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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저는 항상 돈을 엄청 많이 벌기를 기도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는 것이 틀렸는가요? 돈이 많아야 남들에게 베풀 수도 있고 성당에 헌금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권순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albkw93@hotmail.com
본당 사목을 했을 때 교무금과 헌금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흔히 수입이 많은 사람들이 교무금을 많이 낼 줄 알았는데, 항상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수입이 많지만 자신의 수입에 비해 교무금을 적게 내는 교우들도 적지 않으며, 수입이 별로 없지만 교무금을 자신의 수입에 비해 많이 내는 교우도 있었습니다. 시골 가난한 본당이 도시 부유한 본당보다 1인당 헌금액이 더 높습니다. 이웃 본당에서 성전을 지으려고 다른 본당에서 모금을 가 보더라도 비슷한 현상이 나오기도 합니다. 부유한 본당이라고 모금액이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난한 본당에서 모금액이 더 많이 나오는 것입니다. 가진 것이 많아진다고 저절로 남을 돕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주머니가 두둑해질수록 욕심이 더 많아집니다. 돈이 있어야 베풀 수 있다면 예수님은 재벌 2세로 태어나셔야 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신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병이어 기적을 통해 남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을 수 있는 마음의 부유함에서 하느님의 참된 기적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가르치십니다. 세상은 경제 원리, 돈의 논리, 경영의 논리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나라와 그리스도 공동체는 사랑의 논리로 돌아갑니다. 비록 돈이나 권력 등 가진 것은 없으나 사랑으로 마음이 부유하면 거기에 예수님은 기적을 이루십니다. 우리는 돈을 많이 벌기를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먼저 더 베풀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