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98호 2016.0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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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저는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당에서 학생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말 친절한데, 집에서 자녀나 남편, 부모 등 가족에게는 함부로 대하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족을 더 사랑해야 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하면 할수록 사랑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부부들 사이에 서로 운전 연습을 시키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운전 연습을 하다보면 결국 싸움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남에게 운전 연습을 시킬 때는 오히려 반대로 참을성 있게 잘 가르쳐줍니다. 그것은 바로 가족끼리는 쉽게 자기 동일화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동일화는 서로 간의 거리를 없애며 서로 존중하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자신이 가족들 사이에 분열을 주러 오셨고, 우리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인 가족들 그리고 심지어 자기 자신을 버리지 못하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까운 사람들과의 성급한 동일화에서 벗어나 다시금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거리감을 회복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사랑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끊임없이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와 너무 달라 더욱 멀리하고 경계하려는 사람들, 심지어 원수를, 반대로 가까이 두고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핏줄은 땡기는 만큼 멀리하고, 남은 멀어지고 싶은 만큼 가까이하는 것이 바로 예수님이 가르치는 사랑을 실천하는 길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