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97호 2016.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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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고 늘 반성하면서도 틈만 나면 더 가지고 싶어 합니다. 그럴수록 버리라는 성경 말씀은 더 무겁기만 합니다. 더 가지고자 하는 삶은 나쁜가요?
홍경완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 mederico@cup.ac.kr
가진다는 것은 외적인 물질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버리지 못한다고 여기는 것들에는 대개 땅이나 물건 같은 물질적인 것들이거나, 아니면 배우자나 자식, 사랑하는 연인 등 사람이거나, 그도 아니면 명예나 권력과 같은 사회적 욕망, 이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우리 모두는 최소한 이 가운데 하나를 마지막까지 꼭 부여잡으려 애씁니다. 그런데 우리가 버리지 못하는 것들은 곰곰이 따져보면 내가 마지막까지 붙잡고 갈 수 있는 것들도 아닙니다. 실상 버리지 않고 꼭 쥐고 간다고 해서 내 맘대로 쥘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붙잡고 살고 싶은 것들이 처음부터 내게 속한 것이 아니라 내게 우연히 주어진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내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나 자신도 내 것이 아니라 은총으로 주어진 무상의 선물이라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복음의 버리라는 가르침은, 엉뚱한 것을 붙잡고 살면서 정작 붙잡아야 할 것을 놓치지 말라는 경고요, 어차피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것이니 그걸 원소유주 하느님께 맡겨놓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권고이기도 합니다. 버림과 채움은 서로 반대말이 아닙니다. 많이 버려서 비어있을 때에 가장 충만하다고 느끼는, 오묘한 역리(逆理)가 지배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