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96호 2016.0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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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장재봉 신부 |
집을 방문한 지인이“성당 가니까 안 믿겠지만 우산걸이를 현관에 놓아두면 복이 나간다”는 말이 있으니 자신도 믿는 건 아니지만“치우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자주 오시는 분이라 상대가 편하기를 바라면서 옮겼는데, 혹시 제가 미신을 믿는 것처럼 보였을까봐 걱정이 됩니다.
장재봉 신부 / 선교사목국장 gajbong@hanmail.net
“참 잘했어요!”라고 새겨진 도장이라도 꽝 찍어드리고 싶습니다. 믿음인으로서 믿음이 없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이야말로“되도록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된”(1코린 9, 19) 바오로 사도의 심정이라 싶으니까요. 그럼에도 생각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상대를 위한 배려가 어느 날 문득,“우산꽂이를 치웠더니 나쁜 일이 액땜이 될 것”같은 느낌으로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나아가‘좋은 사람’으로 인식된 것에 만족하는 느긋한 마음을 단속하라는 뜻입니다. 바른 생각을 갖는 것 못지않게 그 마음을 끝까지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좋은 의도일지라도 복음적 관점에서 꾸준히 지켜나가지 못한다면 그야말로‘도루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분께 솔직히 자신의 행위가 그리스도인의 사랑을 실천하려는 의도임을 밝히도록 하세요. 허술한 우리네 마음은 입술로 시인할 때 더 확고해집니다. 오직 복음을 위해서 더더욱‘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모범 신앙을 살아내기 바라며 더 센 힘을 갖추길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