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97호 2018.07.15 
글쓴이 김인한 신부 

농민주일 - 생태적 통공(通功)을 고백하기
 

김인한 신부 /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
 

   어느 농민이 제게 들려준 말입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지만, 제가 아는 것은 사람은 밥을 안 먹으면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잘나고 아무리 뛰어나도 밥을 먹지 못하면 생명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말이 아주 당연한 것이지만 생명과 삶이 연결되어 있는 자신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하나하나는 생명의 통공에 따른 결과일 터이지요. 누군가의 희생, 누군가의 내어주는 그 공로의 연결로 지금 여기의 자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과 뭇생명들, 농민들과 의인들과 나를 있게 해준 이들의 공로가 전해져 우리의 삶이 지금에 머뭅니다.  

   이러한 성찰은 교황님께서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말씀하시는 ‘우리와 무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과 상통합니다. 우리는 생명의 통공을 통해 닫혀 지고, 갈라진 한계에서 깊은 친교에 이르게 됩니다. 친교란 근본적으로 다른 피조물에 대한 관심과 함께 아파하는 것입니다. 소비와 죽음으로 치닫는 세상 안에서, 길을 잃은 현대사회 안에서 다른 피조물과 농업과 농촌과 농민의 문제를 나의 아픔으로 여길 때 비로소 생명통공의 길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생명존중과 생활공동체 운동만이 함께 살아가는 모두를 살리는 길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하느님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생명의 먹을거리를 제대로 나누는 것이 생태적인 신앙고백입니다. 믿음과 생활을 일치시키는 것이 바로 참 공동체를 지향하고 믿는 이들의 진정한 삶의 자세일 것입니다.

   교회는 23년 동안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벌여왔습니다. 이는 단순히 농산물 나눔을 넘어 교회 정신을 통해 생태적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투신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생태신심운동입니다. 이는 교회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세상은 소비주의의 바탕인 이익과 눈에 보이는 가치에만 머물지만 교회는 무엇을 살릴 수 있을 것인지, 우리를 살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투신합니다. 이는 우리가 하느님 나라의 삶을 ‘지금’ ‘여기’에서 사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이신 교회는 우리에게 생명의 식탁을 나누어 먹이십니다. 그것을 받아든 우리들의 식탁도 생명의 식탁이 되어야 합니다. 농민  주일을 맞아 더 깊은 친교와 생태적인 통공을 삶 안에서 고백하는 우리이길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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