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뉴스
매체명 국제신문 
게재 일자 2018.06.22. 11면 



이주노동 신자의 ‘오아시스’ 역할…천주교의 특별한 동행

부산교구 이주노동사목 눈길

국제신문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입력 : 2018-06-22 20:22:35   |  본지 11면

  

- 외국어 미사 전용 동구 초량성당
- 500여 베트남·필리핀인 등 찾아
- 모국어로 열리는 주일미사 참여

 

- 부산교구 찾는 이주노동자 늘자
- 활발한 사목활동으로 보살펴
- 돈때문에 병원 못 찾는 사정고려
- 무료진료소 ‘도로시의 집’ 운영
- 9월 사상으로 사목센터 이전도

 

“너희와 함께 머무르는 이방인을 너희 본토인 가운데 한 사람처럼 여겨야 한다. 그를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다.”(레위 19,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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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광준 신부가 부산교구의 이주노동사목을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기자


부산 동구 초량성당의 주일 미사 풍경은 여느 본당과 조금 다르다. 한국인 신자는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베트남인 300~350명과 필리핀인 150여 명 등 모두 500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베트남어·영어로 진행되는 미사에 참여한다.

한국천주교 부산교구가 부산지역 이주노동자 신자를 위해 초량성당을 외국어 미사 전용 성당으로 지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부산교구에 속한 다른 도시에서도 이주노동자를 위한 외국어 미사가 주일마다 열린다. 외국어 미사에는 김해지역 250여 명, 양산 50여 명, 울산 100여 명이 대체로 참여한다. 부산교구에서만 매주 1000명 가까운 이주민 노동자 신자가 성당을 찾는 것이다. 연인원은 5만 명에 달한다. 이처럼 이주노동자 신자가 많다 보니 부산교구는 이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사목을 펼치고 있다. 가톨릭노동상담소 산하에 부산가톨릭이주노동자센터를 두고 노동상담, 무료 진료,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어 미사 등 외국인을 위한 사목을 시작한 건 1993년, 이주노동사목으로 특화한 건 2011년 10월부터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산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이자 부산가톨릭이주노동자센터장 차광준 다윗(39) 신부는 “2000년대부터 이주노동자가 국내에 많이 유입되면서 외국인 대상 사목이 이주노동자를 주된 대상으로 삼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산가톨릭이주노동자센터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무료진료소 운영이다. 무료진료소 ‘도로시의 집(Dorothy house)’은 매주 일요일 초량성당에서 미사 전후로 운영된다. 의료진 50여 명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무료진료소를 이용하는 이주노동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200명이며 2008년에는 2160명에 달했다. 차 신부는 “한국에서 돈을 버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보니 아파도 병원에 잘 가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들 사이에 소문이 나 신자가 아니더라도 진료를 받으러 찾아오는 사례가 많다. 특히 병원에 갈 수 없는 미등록체류자들과 그들의 자녀들에겐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라고 전했다.
 

부산교구는 이주노동자가 지금보다 편하게 외국어 미사에 참여하고 부산가톨릭이주노동자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그들의 직장과 주거지가 몰려 있는 ‘사상’으로 장소를 이전한다. 오는 9월 30일 부산 사상구 사상성당 옆 3층 건물에 ‘천주교 부산교구 노동사목센터’를 여는 것이다. 센터에는 무료진료소, 교육 공간, 강당, 카페 등이 들어선다. 앞으로 종교활동도 사상성당을 이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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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구 초량성당 베트남어 미사에 참여한 베트남 이주노동자 신자들.
부산가톨릭이주노동자센터 제공

 

이주노동사목은 부산교구만이 아니라 전국 교구, 나아가 교황청 산하에도 관련 부서가 있을 만큼 천주교의 관심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월 14일 ‘제104차 세계 이민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교황 직무를 시작한 첫해 저는 전쟁과 박해, 자연재해와 빈곤을 피해 달아난 수많은 이민과 난민의 비참한 상황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였다”며 “(이민자에 대한) 우리의 공통된 응답은 환대하기, 보호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로 구분될 수 있다”고 했다. 이주민이 합법적으로 목표한 국가에 들어가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이들의 법적 지위와 무관하게 권리와 존엄성을 보호하고, 이주민이 공동체와 함께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보장해주고, 그들의 문화와 참된 가치를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차 신부를 비롯해 천주교 국내이주사목위원회는 최근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난민 500여 명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는 난민과 이슬람교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차 신부는 “우리나라는 1992년 국제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 난민법을 제정했음에도 난민 유입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점이 참으로 아쉽다. 현장에서 만난 이주민과 무슬림은 대부분 새로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마음의 준비가 된, 가족을 챙기고 생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 반사회세력으로 오해하고 칼날을 세운다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어떤 나라로 인식될까. 우리도 전쟁 후에 난민으로서 타국에 이주하고 정착한 역사가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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