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47호 2013.12.08 
글쓴이 조욱종 신부 

천사를 환대하지 않고 죄악을 퍼뜨리려 한다면!

조욱종 사도요한 신부 / 관리국장

천사 셋의 방문을 받은 아브라함이 천사 손님들을 환대하는 장면의 유명한 그림이 있습니다. 샤갈의 그림입니다. 그러나 아브라함과는 달리 소돔과 고모라는 손님들을 모욕하면서 되레 자기들처럼 타락하도록 강요합니다. 그래서 천사들은 그 죄악의 눈들을 멀게 하고 더 나아가 유황과 불을 퍼부어 멸망케 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케 하려 하시자 아브라함이 빌었습니다. 의인 50명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 참아주십시오. 그러나 그마저도 없음을 잘 아는 아브라함이기에 계속 빌어서 의인 10명까지 허락을 얻어내지만, 그럼에도 아브라함의 조카 롯 일가를 제외하곤 단 한 명도 없었으므로 소돔과 고모라는 결국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은 다름아닌 구조적인 죄 때문입니다. 소돔과 고모라가 처음부터 타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죄악의 질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외면하여 가볍게 여기고 방치함으로써, 그 죄악이 점점 더 불어나게 되고 결국은 그 사회 전체가 구조적으로 죄악에 물들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사회 전체가 구조적으로 죄악에 물들어 있다면 개인 하나하나들은 아무리 선하게 살려고 발버둥 쳐도 덫처럼 얽혀진 그 구조적인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죄악에 물들고 맙니다. 개인 하나하나가 선하게 살 수 있도록 행복의 터전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의 구조를 선하게 엮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작은 죄악 하나라도 그때마다 반성하면서 회개하여 하느님께로 돌아온다면 “정의가 그의 허리를 두르는 띠가 되고, 신의가 그의 몸을 두르는 띠가” 되는 새 하늘 새 땅이 오리라고 오늘 제1독서는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성경에 미리 기록된 것은 우리를 가르치려고 기록된 것입니다”라고 하여 말씀과 현실을 이원론적으로 분리하지 말고 말씀대로 실천할 것을 권고합니다. 또한 오늘 복음이 들려주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회개를 독려하는 세례자 요한의 전갈은 이 대림시기에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가르침입니다.

오늘은 대림 2주일이면서 인권주일입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며 동시에 무엇을 지켜나가야 하겠습니까? 하느님 나라를 기다리는 우리가 준비하면서 실천해야 할 과제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정의와 공정하심을 지켜나가는 일에 있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주변에는 온갖 거짓과 죄악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꼭 밝혀질 것이요, 진리의 밝은 빛으로 거짓과 죄악을 물리쳐 하느님 말씀이 현실화 되는 참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하도록 합당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구조를 죄악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랑의 관계로 변화시켜나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거짓과 죄악에 결연히 항거하여 주님의 참된 복음을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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