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36호 2013.09.22 
글쓴이 윤명기 신부 

우리 삶에 결정적인 분, 예수 그리스도를 따릅시다.

윤명기 요한칸시오 신부 / 사직대건성당 주임

오늘 우리가 기리는 우리나라 순교성인들은 성직자, 상인, 과부, 부인, 동정녀, 소년, 원님, 승지, 농부, 환부, 사공, 궁녀 등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순교 사화는 감동적입니다.

기억력이 나빠 교리나 기도문을 깨치지 못하였으나 “나는 천주님을 내가 원하는 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마음껏 사랑하기로 힘을 쓰겠다.”라고 말했던 박아기 안나 성녀.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인내함으로써 “이 사람이야말로 참된 천주학장이로다. 너희들도 이 종교를 믿으려거든 이 사람처럼 믿어라.”라는 말을 포도대장으로부터 들었던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 부모님이 배교했다고 속이는 관리들의 말에 “저희 부모님이 배교를 하고 안 하고는 그분들의 일입니다. 저는 저희들이 섬겨온 천주님을 배반할 수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던 17세의 성녀 이 아가다 등 상식과 혈육의 정을 뛰어넘는 그들의 신앙은 참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들은 한번 잡은 진리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마치 밭에 묻혀있는 보물을 발견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팔아 자신들이 찾은 그 밭을 산 것처럼 이들은 목숨을 바쳐 그 영원한 보물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순교 선열들이 흘린 비옥한 토양 위에 한국 천주교회는 서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의 위기를 말하기도 합니다. 냉담 교우들의 증가, 신영세자들의 감소, 교회를 등지고 있는 많은 젊은이, 또 열심히 하는 신자들은 많지만 대조적으로 신자들의 안이한 신앙생활, 물질주의와 세속주의로 인한 반복음적 가치관, 주일미사 참례율의 감소, 갈수록 중산층화되어감으로써 가난한 이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습 등이 그러합니다.

오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을 보내면서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고 새롭게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사 한번 참례하고 고백성사 받기 위해 며칠을 걸어서 사제가 있는 곳으로 찾아온 우리 선열들, 세례를 받는 것이 목숨을 건 결단이었던 그분들의 정신을 생각해 봅니다.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 앞에서 마치 식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된 것은 아닐런지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윤리적 선택이나 고결한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삶에 새로운 시야와 결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 사건, 한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베네딕도16세)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십자가를 지고 우리 삶에 결정적인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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