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가톨릭부산 2015.10.15 05:59 조회 수 : 57

호수 2224호 2013.07.14 
글쓴이 오창열 신부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오창열 사도 요한 신부 / 남산성당 주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많은 유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청빈의 삶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비바람 몰아치던 날 밤, 낯선 거지 한 사람이 프란치스코에게 와서 추위에 벌벌 떨며 먹을 것을 구걸했습니다.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불빛 아래에서 보니, 그 거지는 나병으로 온몸에 고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자신도 먹을 것이 변변치 못했으나 있는 것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하룻밤 재워 달라고 청했습니다. 낯선 거지를 위한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더니, 그는 굳이 프란치스코와 같이 자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프란치스코는 망설였으나 예수님을 생각하며, 피고름이 흘러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 냄새가 나는 낯선 거지를 자기 침대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두 팔로 그 거지를 끌어안고 잠을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함께 잠을 잤던 거지는 온데간데없고, 향기 가득한 커다란 십자가가 그의 침대 속에 있었다고 합니다.

사랑이란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이웃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행위입니다. 어느 한 쪽 구석에라도 자기 것을 남겨 두지 않고 아낌없이 내어 주는 행위, 미련을 두지 않고 나누는 행위입니다.

복음의 율법 교사처럼,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힘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그리스도인은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그렇게 하여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사는 일입니다.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릅니다. 아는 만큼 실천할 때, 그것을 ‘덕행’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많이 받은 사도 요한은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1요한 4, 20) 하였고, 야고보 사도는 “누가 믿음이 있다고 말하면서 실천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야고 2, 14)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 심판의 기준으로 제시하신 말씀을 기억하실 겁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

자기 일을 마다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에게 “가엾은 마음”으로 다가서는, 여러분 모두가 복음의 주인공, 오늘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선행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크신 영광을 드러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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