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214호 2013.05.05 
글쓴이 김형근 신부 

‘배려’의 실천, ‘사랑’의 시작

김형근 블라시오 신부 / 금정성당 주임신부

우리가 신앙생할을 하면서 자주 접하는 단어 중 하나는 ‘사랑’입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새 계명을 주시며, 이 계명을 지키면 “아버지께서도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아버지께 가서 아버지와 함께 살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이러한 복음을 통해서 우리는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주님에 대한 사랑은 곧 우리 인간들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주일 미사 참례 때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어떤 사랑을 실천 하는지요?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의자 앞줄부터 앉으면 늦게 오는 사람이 덜 미안해하지 않을까요? 미사가 시작되어도 맨 앞 한 줄은 비어 있는 때가 많습니다. 맨 뒤 한 줄을 비워두기를 바라는 마음은 욕심일까요? 자동차를 이용하는 분들은 뒤에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조금 일찍 오셔서 앞줄부터 주차하시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욕심일까요? 물론 일찍 오셔서 앞줄부터 앉으시고 앞줄에 주차해 놓으시면, 미사가 끝나고 가실 때 가장 늦게 나가게 됨을 압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은 세상의 가치와 반대로 살아가고 세상의 가치와 다른 것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합니다. 일찍 오고 늦게 가는 것이 타인에 대한 사랑이며, 넓게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느님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을 깨달으면 더 좋겠지요.

따라서 ‘사랑’을 ‘배려’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그러면 조금 더 쉽게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천천히 사랑을 실천하다보면 그 안에 성령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평화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의 삶, 아주 조그만데서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부활 제6주일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생명 주일입니다. 즉, 인간 각 개개인의 존재 자체를 소중히 여기라는 말씀이지요. 지금 나의 옆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형제·자매는 피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신앙적인 피를 나눈 사람들입니다. 현재, 시간적·공간적으로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먼저 그들을 위해서 앞자리를 채워주고 진심으로 평화를 빌어주는 작은 배려를 실천할 때, 주님께서 주신 계명을 지키는 첫걸음이 되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고,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한 번 기억하며, 참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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