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네

가톨릭부산 2015.10.15 05:51 조회 수 : 15

호수 2211호 2013.04.14 
글쓴이 조성제 신부 

살아있네

조성제 임마누엘 신부 / 생태환경 사목

오늘 스승을 잃고 티베리아스 호숫가로 돌아가 일상을 보내던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다시 나타나셨습니다. 그들의 일상 속에 다시 찾아오신 예수님은 분명! 그전과는 사뭇 다른 분이셨습니다. 십자가와 바닥 체험을 한 그들 또한 이미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부르십니다. 결코 화려하지 않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얘들아! 와서 아침 먹어라.”하시며 손수 차려 놓으신 식탁에 초대하십니다. 그들의 스승 예수는 분명, 엄청난 능력자처럼 보였으며 무지렁이 백성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당대 거대 조직의 폭력과 무례함 앞에서는 자신들과 다름없이 무기력하기만 했습니다.

느닷없이 닥친 죽음의 위협 앞에서는 이상하리 만치 전과는 달리 힘 한번 제대로 못 쓰시고 끝장이 나버렸습니다. 조직과 폭력 앞에 무너지는 스승을 보면서 그들은 절망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총알같이 일상 속으로 숨어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무력화되고, 끝이 나버린 지점! 그리움과 회한이 교차 되었을 그 지점에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 앞에 오셨습니다.

거대 조직과 폭력 앞에 상처받고 살해당한 무지렁이일지라도 그것이 결코 끝이 아니라고 하시며 그들 앞에 다시 오셨습니다. 요샛말로, “어! 죽은 줄 알았는데, 아직 살아있네”를 제자들은 체험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두고 부활체험, 성령체험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전과는 ‘다름’이라는 신앙체험을 제자들은 하게 됩니다. 몸을 사리고, 두려움에 떨던 그들이 영원을 관통하는 ‘평화’를 체험하면서 목숨을 바쳐 평화를 전하는 제2의 예수님이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와 얼마 전에 퇴임한 전직 정치 지도자의 모습을 통해 체험의 다른 모습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해봐서 다 아는데.”라는 유행어를 기억할 것입니다. 그래서 늘 백성을 가르침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나아가 자칭 ‘깨어있는 지식인’임을 자처합니다.

그러나 정작 백성을 ‘위하여’ 봉사한다면서, ‘순교하는 마음으로’ 백성을 삼백만 명씩이나 죽였던 캄보디아의 폴 포트나 독재자들은 언제나 ‘백성을 위한’이라는 절차와 학습을 부르짖지만 최소한의 기본조차 학습되어 있지 않으며, 과정조차 생략할 뿐입니다.

조직을 살린다면서 사람을 죽이고, 자신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인 주제에 자신이 달이라고 착각합니다. 무소불위를 맛 들인 탓에, 하느님을 말하면서 하늘 무서운 줄을 모릅니다. 그래서 다시 오늘! 거대 폭력 앞에 노출되어 있고, 무능력하며 인지도도 떨어지는 변방인인 제자들에게 주님의 다시 오심은 ‘다름’의 체험이며 ‘치유’의 체험인 것입니다. 오늘 다시 우리는 “와서 아침 먹어라.”하시는 초대 말씀에 먹여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먹어라 하시는 주님의 평화를, 치유를 체험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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