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파타
조옥진 베드로 신부 / 가톨릭심리상담소 소장
우리가 성경을 읽다 보면 많은 부분이 병자들을 치유하는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중풍 병자, 나병 환자, 악령 들린 아이, 귀머거리, 벙어리 등 많은 환자가 등장하는데, 예수님은 마치 종합병원 의사처럼 전공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다 고쳐주고 계십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병을 고쳐주시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일까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집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그때에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그때에 다리저는 이는 사슴처럼 뛰고 말못하는 이의 혀는 환성을 터뜨리리라. 광야에서는 물이 터져 나오고 사막에서는 냇물이 흐르리라.”(이사 35, 5~6)
여기에 ‘그때’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그때’란 바로 메시아가 오시는 때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오랫동안 기다리고 고대했던 메시아가 오시는 그때는 소경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의 귀가 열리며, 절름발이는 사슴처럼 뛰어다니는 일이 일어나는 때입니다. 즉 성경에서, 예수님이 병자들을 계속해서 고쳐주시는 것은 예수님이 바로 이 구약에서 오시기로 되어 있는 메시아라는 것, 이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메시아로서 예수님은 “에파타”하고 말씀하시어 귀먹은 반벙어리를 고쳐주십니다. 에파타는 “열려라”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인간의 병든 모든 곳에 기(氣)가 뚫려 치유되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듣고 한다면, 그 병자에게는 그 이상 더 큰 기쁨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데 “에파타”라는 예수님의 이 말씀이 필요한 귀먹은 반벙어리가 예수님의 시대에만 있겠습니까? 우리 시대에도 이런 병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시대의 귀먹은 반벙어리는 육체적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이기적인 병 곧, 마음이 병든 사람입니다. 이런 환자들은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태 7, 3)의 병으로 이 시대의 눈먼이들이요 귀먹은 이들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이런 환자들을 위해 특별히 메시아로 오셔서, “에파타”하시며 자기 방식의 이기적인 눈을 뜨게 하고 귀를 뚫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치유의 은혜를 받는 자는 어찌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있겠습니까? 그러한 기쁨을 맛보도록 해주는 것, 거기에 오늘 저도 동참할 기회가 주어지기를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