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70호 2012.07.22 
글쓴이 이균태 신부 

그들을 돌보아 줄 목자들(예레 23, 4)

이균태 안드레아 신부 / 방어진성당 부주임

파견을 받아서 떠나갔던 제자들이 예수님께 돌아와서 보고하는 장면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제자들은 마귀도 물리치고, 병든 이들을 낫게 하고, 복음을 선포하며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음에 기뻐했을 것이고, 들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대견하기도 했을 것이다. 파견받은 제자들을 뒤따라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고, 예수님과 제자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음에도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이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는 말로 유추해볼 때, 파견은 대성공이었다.
그들은 외딴곳으로 갔다. 그곳은 삶의 바쁨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어제와 오늘을 성찰하고, 내일을 꿈꾸는 곳이다. 또한 제자들에게는, 파견 때에 이루어 냈던 그 일들이 자신들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그래서 파견사건이 바로 하느님의 권능이 드러난 계시 사건임을 깨닫는 곳이다. 그러나 그 외딴곳의 쉼도 잠시, 사람들은 또다시 모여들었다. 모여든 사람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아서 그들을 본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셨고,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이러한 예수님에게서 우리는 참 목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오늘 전례에 나오는 독서에서는 목자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살아남은 양들을 다시 모아 들이셔서 그들을 돌보아 줄 목자를 세워주실 것이라고 예언한다. 바오로 사도는 참 목자이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평화라고 천명한다. 그분께서는 적개심을 허무시고, 평화를 이룩하시고, 하느님과 화해시키시는 분이시다.
이 나라 이 땅의 백성, 특히 가난하고 소외되고, 힘없고 돈 없는 백성, 일자리를 빼앗긴 백성, 반생명의 문화에 ‘그건 아니잖아’라고 온몸으로 외치지만 묵살당하는 백성을 보시며, 예수님께서는 분명 오늘 복음 말씀이 증언하는 가엾은 마음이 드실 것이다.
이 나라 이 땅의 백성은 그들을 돌보아 줄 목자들, 살아남은 양들이 더는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않는 목자들, 양들을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는 목자들(예레 23, 3∼4 참조)을 대망한다. 그 목자는 이미 이 땅에 오셨다. 그리고 지금도 이 땅에 머물고 계신다. 그 목자를 본받아 그 목자가 걸어간 사랑의 길을 걸어가려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통해서, 그들과 함께, 그들 안에서.
그래서 나는 또 희망해 본다. 언젠가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참 목자를 온전히 닮을 것임을. 보라, 그 날이 온다.(예레 2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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