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165호 2012.06.17 
글쓴이 박규환 신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PAY IT FORWARD)

박규환 안젤로 신부 / 엄궁성당 주임

제가 감명 깊게 본 영화 가운데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PAY IT FORWARD)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중학교 1학년인 트레버가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실천하라’는 과제를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냥 과제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트레버는 진지하게 고민한 후 ‘도움 주기’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냅니다. 그가 생각해낸 ‘도움 주기’(pay it forward)는 매우 순진하고 단순합니다. 1명이 3명의 사람을 만나 도움을 주면서 그들에게도 3명의 사람에게 도움을 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즉 처음 1단계에서는 1명이 3명에게 도움을, 2단계가 되면 3명이 9명에게, 3단계는 9명이 27명에게. 이렇게 한 단계를 거칠수록 그 수는 점점 증가하여 마침내 세상을 바꿀 큰 힘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엄마와 선생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계획을 실천하기 시작하지만, 그의 용기와 노력은 매번 좌절되고 맙니다. 하지만 도움 주기는 도움을 받고 공감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LA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퍼져가게 됩니다. 그러나 트레버는 왕따 당하는 친구를 도와주다 한 학생의 칼에 찔리게 됩니다. 그의 ‘도움 주기’ 과제는 무사히 끝났지만 결국 목숨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전국 각지에서 트레버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렬을 배경으로 끝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나라를 겨자씨로 비유하시면서 세상 어떤 씨앗보다도 작은 겨자씨가 큰 가지를 뻗어 하늘의 새들을 깃들일 수 있게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트레버의 ‘도움 주기’는 한 마리 작은 나비의 날갯짓(작은 겨자씨)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날갯짓이 함께하면서 어느새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태풍(하느님 나라)이 됩니다.(마르 4, 30~32참조)
아무런 대가 없이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낯선 일입니다. 사람들 간의 물리적 거리는 과거에 비해 더욱 가까울지라도 심리적 거리는 더욱 멀어졌습니다. 자기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돌려주는 것은 쉬울 수 있습니다. 주고받는 도움은 사랑이 아니라 거래이기 때문입니다. 더는 확대되지 못하고 그 틀 안에 묶여 버립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의 모습은 나눔입니다. 나눔 안에서 사랑은 확장되고 풍성해지며 완성됩니다.(루카 6, 32~35참조) 트레버는 세상을 바꾸는 것(하느님 나라를 완성하는 것)은 간단하고 쉽다고 말합니다. “당신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그리고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그가 나에게 갚으려 한다면,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갚으라고 말하십시오.(Don't pay it back, but pay it for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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