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와 신앙

가톨릭부산 2015.10.15 02:23 조회 수 : 15

호수 2125호 2011.09.18 
글쓴이 김현일 신부 

순교와 신앙

김현일 예로니모 신부 / 수정마을성당 주임

오늘은 한국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을 이동 경축합니다. 한국 교회의 역사는 세계의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선교사가 직접 신앙을 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먼저 학문으로 받아들이고 신앙 생활을 하면서, 선교사를 모셔오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더 절실했고 더 철저했고, 목숨을 바쳐서까지 지키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순교란 목숨을 바쳐서 자신의 신앙을 지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 23) 말씀하십니다.

불교에서도 자신을 버려야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공(空) 이니 무아(無我)니 하면서 자신을 버리도록 요청을 합니다. 이렇게 자신을 버림으로써 공의 상태, 즉 해탈에 이른다고 합니다. 공 자체가 목적지인 셈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에서도 특별히 십자가 성 요한은 무(無)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십자가 성 요한이 이야기하는 무는 목적지가 아닙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합니다. 하느님께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인 것입니다.

우리가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지 않는 한 우리는 하느님께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순교 성인들은 이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꺼이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순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순교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 30) 우리가 무엇이든지 억지로 하면 그것은 무거운 짐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기꺼이 사랑으로 하느님을 위해서 한다면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는 일은 가벼운 짐이 됩니다. 예수님께서 생전에 우리에게 보여주신 진리입니다.

요즘 혹자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현대에는 피의 순교는 없고 삶에서 순교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의 전부를 요구합니다. 피의 순교와 같은 전적 투신을 요구합니다.

지혜서에서 말씀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용광로 속의 금처럼 그들을 시험하시고, 번제물처럼 그들을 받아들이셨다.”(지혜 3, 6) 아멘.

호수 제목 글쓴이
2295호 2014.10.12  하느님의 부르심에 늘 깨어 응답하는 삶 김태형 신부 
2507호 2018.09.23  순교 성인들에게 드리는 고백 file 김태형 신부 
2686호 2022. 1. 2  주님 공현의 삶 file 김태형 신부 
2158호 2012.04.29  착한 목자 김태환 신부 
2376호 2016.04.03  이런 일 김태환 신부 
2675호 2021. 10. 31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file 김태환 신부 
2045호 2010.04.18  부활에 대한 체험과 믿음 김평겸 신부 
2195호 2012.12.30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김평겸 신부 
2343호 2015.08.30  더 중요한 것은? 김평겸 신부 
2564호 2019.10.13  감사하는 마음의 필요성 file 김평겸 신부 
2552호 2019.07.21  뭣이 중헌디? file 김현 신부 
2438호 2017.06.11  삼위일체는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공감(共感) file 김현영 신부 
2601호 2020.06.14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file 김현영 신부 
2783호 2023. 11. 12  등(燈)을 채웁시다. file 김현영 신부 
2125호 2011.09.18  순교와 신앙 김현일 신부 
2275호 2014.06.01  하늘을 산 자만이 하늘에 오를 수 있다 김현일 신부 
2479호 2018.03.11  즐거워하여라 file 김현일 신부 
2639호 2021.02.21  희망의 사순절을 만들어 갑시다. file 김현일 신부 
2064호 2010.08.29  우리가 바라는 것은? 김형근 신부 
2214호 2013.05.05  ‘배려’의 실천, ‘사랑’의 시작 김형근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