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65호 2014.0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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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십자가에 대해 묻습니다. 십자가를 두고 어떨 땐 희생이라고 하고, 어떨 땐 무거운 짐이라고도 하고, 또 어떨 땐 구원, 어떨 땐 영광이라고 합니다. 헷갈립니다.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십자가는 원래 형벌 도구로, 로마제국에서 가장 잔인한 사형 형태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이 형벌을 받으시면서 의미가 바뀝니다. 우리가 죄를 짓게 되면 생명의 하느님과 연결되었던 끈이 끊어져 관계가 단절되어 버리는데, 이 단절된 끈을 예수님의 십자가로 다시 이어주었다고 교회는 고백합니다. 곧 단 한 번 자신을 봉헌물로 바침으로써 하느님과 완전한 화해를 이룬 사건이 바로 십자가 희생 제사인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십자가로 모두에게 구원의 길이 활짝 열렸다는 점에서 십자가는 구원과 승리의 상징이란 새로운 의미를 획득합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예수님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라’며 또 다른 십자가를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십자가는 우리가 지고 가야하는 짐을 말합니다.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 사회 참여와 같은 개인적, 사회적으로 맡겨진 짐뿐 아니라, 자기에게 닥친 병고와 불행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자세 또한 십자가에 포함됩니다. 고난과 승리, 영광과 짐, 이 모든 것이 부활 사건 안에서 하나로 모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십자가는 사랑입니다. 사랑이 없다면 십자가도 부활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십자성호로 구원을 바라시는 주님의 사랑을 우리는 매일 우리 몸에 그으면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