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262호 2014.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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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한 신자입니다. 개신교에서는 제사를 우상숭배로 금지하는 데 천주교에서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요?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우스갯소리로 조상 제사 때문에 며느리는 개신교를 좋아하고 시어머니는 천주교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한국 천주교 역사를 보면 조선 말기 한국에 천주교가 들어 왔을 때 천주교도 개신교와 마찬가지로 조상 제사를 우상 숭배로 여겨 금지하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조상 제사를 중시하는 유교 사회였기에 조상 제사를 거부한 많은 신자들이 박해를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교회는 조상 제사를 조상 숭배가 아니라 조상 공경으로 받아들여 허락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미신적이고 우상 숭배적인 요소를 배제한 교회가 권장하는 방식의 조상 제사를 지내기를 가르치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신교와 달리 천주교가 조상 제사를 허락할 수 있는 이유는 보다 근본적인 교리의 차이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인들의 통공입니다. 성인들의 통공은 우리 그리스도인들 즉 지상 교회는 이미 죽음을 맞이한 신앙의 선조들인 성인 성녀들과 다른 죽은 영혼들, 즉 천상 교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죽은 이들에게 기도도 청할 수 있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죽은 이들과 신앙 안에 통교할 수 있다고 믿는 천주교 신자들은 조상 제사를 조상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좋은 미풍양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인들의 통공을 믿지 않고, 장례식에서도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 개신교 신자들은 조상 제사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완전한 제사는 바로 미사이기 때문에 교회는 조상 제사보다 미사를 통해 죽은 이들을 기억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