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시간과 거룩한 시간
조욱종 사도요한 신부 / 교구 관리국장
일상의 시간이란 무의미하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대부분 일상이 무의미한 시간으로 흘러간다면 그 인생은 무의미한 인생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시간과 인생은 그렇지 않아야 합니다. 전례주년 안에서 시간들이 분할되며, 시기마다 새로운 의미가 주어지면서 시간은 더 이상 무의미하지 않을 뿐더러 현실 세계와 신비 세계의 결합을 통해 뚜렷한 목표를 향한 시간으로 승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교회 안에서의 시간이란, 구원사업의 흘러온 궤적을 드러내는 동시에 미래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 중 연중시기는 우리 일상의 삶에 주의를 기울이며, 일상의 시간과 무의미한 삶을 거룩한 시간과 가치 있는 삶이 되도록 초대해주는 때입니다. 오늘 듣는 1독서인 이사야서는 여러 민족 중의 하나인 평범한 이스라엘이 거룩하신 하느님과 계약을 맺으면서 특별한 민족이 되었고, 하느님의 시간 안에서 거룩한 시간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전합니다. 2독서인 코린토 1서는 더 발전시켜 나갑니다. 만일 우리가 이 거룩한 시간으로 인도하는 하느님의 교회 안에 머무른다면 거룩한 무리(성도)로 승화된다고 말입니다. 일상에 머무르지 않고 거룩함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떠난 구약의 역사와 초대교회의 실천하는 순교정신은 바로 이러한 말씀들의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이야말로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라고 선포합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인 예수님이야말로 세상의 죄가 사라질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실 분임을 선포함은 곧 하느님의 뜻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선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죄는 이 세상 안에, 즉 인간의 시간과 공간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이 세상의 죄를 없애기 위해 하느님의 뜻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연대성의 원리는 교회의 실천요구입니다. 연대성의 원리란, 개인은 사회의 밑받침이 되고, 사회는 개인을 위해 존재해야 함을 말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의로운 사회가 만들어집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사목헌장’에서 연대성이란 사랑과 정의라고 말합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기 위한 교회의 책임 있는 자세란 사랑과 정의의 실현에 있다는 권고입니다. 사회의 불공정하고 모순된 구조, 개인들이 당하는 불평등한 차별, 자본주의의 냉혹함 때문에 고통 받는 어두운 곳 등을 바로잡고 밝혀주는 사랑과 정의의 선택이야말로 연중시기에 거룩한 시간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우리가 기억하고 새겨야 할 점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