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외치다

가톨릭부산 2015.10.13 07:31 조회 수 : 130 추천:1

호수 2079호 2010.12.05 
글쓴이 정승환 신부 

광야에서 외치다

정승환 베드로 신부 / 장유대청성당 주임

대림환에 초가 하나 더 밝혀졌습니다. 초 하나의 밝기만큼 세상도 더 환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오셨고 세말에 다시 오실 그분을 기다리는 우리 마음은 언제나 설레입니다. 그 설레임은 네 자루의 초가 다 켜졌을 때 온전한 기쁨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벌써 대림 두 번째 주일이자 인권주일입니다. 오늘 전례에서 교회는 회개하라고 외치는 예언자를 만나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 한 가운데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 광야는 유혹의 장소인 동시에 하느님을 향한 선택과 결단의 장소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곳은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곳이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온갖 외적인 허례허식과 소음과 번잡함 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입니다.
그 광야에서 요한은 낙타 털옷을 입었고 허리에 가죽띠를 둘렀습니다. 주님의 길을 닦고 고르게 하기 위한 예언자의 결연한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메뚜기와 들꿀을 먹는 모습에서는 물질의 결핍을 통해 하느님으로 충만해지는 그의 내공을 느끼게 됩니다. 주님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조차 없다는 그의 겸손은 한 해 동안 세상 일에만 마음을 두었던 우리 자신을 부끄리게 합니다.

오늘 우리는 회개와 개심을 재촉하는 요한의 외침에 귀를 귀울여야 합니다. 그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입니다. 메시아께서 당신 말씀의 씨를 뿌릴 수 있도록, 땅을 일구고 흙덩이를 깨는 요한의 사명은 회개에의 초대인 것입니다. 진정으로 회개한다는 것은 나의 삶을 근원적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전인적으로 응답하는 것입니다. 회개(**noia)란 본질적으로 궤도를 수정하여 나의 꼴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고, 영혼의 거울을 마주보며 변화된 삶을 살기로 다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새로워져야 하고 삶의 구체적인 증거가 회개의 열매로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물로 세례를 받고 진노를 피하려고만 하는 사두가이나 바리사이와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생명의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참 생명을 주시기 위해 당신 아드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셨습니다. 그 아드님은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시기에 우리의 근본적인 회개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 결코 우리는 구세주의 강생의 신비에 초대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 전례의 본기도에서도 "세상 일에 얽매이지 말고 기꺼이 성자를 맞이하여, 천상 지혜를 받아 성자와 하나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세상 일이 아니라 천상의 지혜를 청하는 은혜로운 대림시기를 보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함께 광야로 나아갑시다. 촛불이 네 개 다 켜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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