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와 섬김

가톨릭부산 2015.10.13 07:30 조회 수 : 17

호수 2077호 2010.11.21 
글쓴이 유영일 신부 

지배와 섬김

유영일 신부 / 인보성당 주임

지난 달 20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 시사주간지가 30여개 분야 전문가 1500명을 대상으로 ‘우리 시대 영웅’이라는 주제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11.1%(167명)로 1위에 선정되었고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9.5%), 박정희 전 대통령(9.2%), 김구 상해임시정부 주석(6.4%), 김수환 추기경(6.1%)이 뒤를 이었다고 합니다.

임기 내내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다가 뚜렷한 업적도 남기지 못하고 비극적인 자살로 생을 마감한 실패한 대통령이 어떻게 1위를 했을까요? 설문조사에서 그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제 생각에는 관행상 대통령으로서 얼마든지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하지 않고 제자리에 돌려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나라에서 높은 자리를 얻기를 원하는 제베대오의 두 아들에게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 20,26.28)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만물이 당신을 통하여, 당신을 향하여 창조’(2독서)되었건만 뭇사람의 조롱과 모욕을 받으면서도 한 마디 대꾸도 없이 십자가에 달려 계신 예수님이 당신의 이 말씀을 몸으로 보여주고 계십니다(복음). 그리고 당신 십자가의 피를 통하여 평화를 이룩하시어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심으로써(2독서) 당신의 말씀이 옳으심을 증명해 보이셨습니다. 일평생 구원에 대해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죄수 한사람이 이렇게 섬기러 오신 왕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예수님께 매달림으로써 바로 오늘 낙원에 들어가는 행운을 누립니다.

우리 모두는 세례를 통하여 이 왕직을 신자의 직무로 받았고, 이는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직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는 것만큼 얼마나 실천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약육강식의 세상에 살면서 남을 섬기기는커녕 짓밟고 올라서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아예 유치원부터 시험과 기능연마를 통해 몸으로 체득합니다. 부부 사이에 서로가 이 직분을 제대로 실천했다면 낙태나 이혼, 재혼율이 비신자와 별 차이가 없을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 다스리시는 나라는 진리와 생명의 나라요,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이며,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감사송)입니다. 그 나라에서 주님과 함께 영원히 살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자신이 어떤 특권이나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남을 지배하는데 이용하지 말고 섬기는데 사용하십시오. 주님께서 우리에게 함께 낙원에 가자고 초대하십니다. 아멘.

호수 제목 글쓴이
2063호 2010.08.22  참 힘겹습니다, 신자로서 살아간다는 건! 이성균 신부 
2064호 2010.08.29  우리가 바라는 것은? 김형근 신부 
2065호 2010.09.05  내 제자가 아니오. 임영민 신부 
2066호 2010.09.12  아름다우신 아버지의 자녀 박재구 신부 
2067gh 2010.09.19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김성남 신부 
2069호 2010.09.26  풍요로움의 진정한 가치는? 이석희 신부 
2070호 2010.10.03  우리가 가진 모든 것 구경국 신부 
2071호 2010.10.10  교구 수호자 대축일과 묵주기도 배상복 신부 
2072호 2010.10.17  빼앗기지 말아야 할 것, 기도 강종석 신부 
2073호 2010.10.24  복음, 복음화 그리고 선교 김영규 신부 
2074호 2010.10.31  고집하시겠습니까? 임형락 신부 
2075호 2010.11.07  상선벌악(賞善罰惡) 임석수 신부 
2076호 2010.11.14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이승훈 신부 
2077호 2010.11.21  지배와 섬김 유영일 신부 
2078호 2010.11.28  기다림의 삶 윤명기 신부 
2079호 2010.12.05  광야에서 외치다 정승환 신부 
2080호 2010.12.12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김성환 신부 
2081호 2010.12.19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 김성규 신부 
2082호 2010.12.25  하늘에서 온 평화 황철수 주교 
2083호 2010.12.26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조동성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