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75호 2018.02.11 
글쓴이 권경렬 신부 

말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어

권경렬 베드로 신부 / 남목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나병환자 한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과연 그리되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깨끗해진 그를 보내며“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신다. 그러나 그는 가서 기어이“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가?
  우선 그는 예수님을 믿었다. 그러나 이 믿음은 그냥 병자가 의사를 믿는 차원의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치료나 기적이 아니라 그 사람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셨다. 그래도 그를 가엾게 보시고 병을 낫게 해주시고, 다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괜히 당신이 용한 의사쯤으로 소문나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그러자 그는 문득 예수님의 진면목을 깨닫게 되었고, 그 순간 구원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는 이제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그분을 믿게 되었고, 전혀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저는 사실 그분을 만나기 전에는 그저 눈에 보이는 이 몸뚱이를 전부라고 여기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이 몹쓸 병만 나으면 될 줄 알고 백방으로 용하다는 의사와 좋다는 약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드디어 그분을 만나 병이 나았고, 그분의 말씀대로 사제에게 몸을 보이고 조용히 살려고 했습니다. 그동안 병든 몸을 바라보며 나를 버린 세상과 부모를 원망하고 저주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이 육신의 병 때문에 그분을 만났으니 저에게는 나병이 더 이상 원망이나 저주가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이고 구원입니다.
  저에게 나병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아니, 살다 보면 혹여 더한 병이 또 들 수도 있겠지만, 이렇거나 저렇거나 다 괜찮습니다. 죽을 몸에 묶여 노예처럼 살던 과거의 나는 이미 죽었고, 그분을 통해 참나를 깨닫고 구원을 얻어 자유의 몸으로 거듭났기 때문입니다. 오직 감사드리며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사랑하며 살 것입니다. 제가 비록 가진 것이 없지만 다만 있음 그 자체로 이토록 기쁘고 감사하니 놀라운 따름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놀라운 기쁨과 감사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해야겠다고 작정하고 한 것이 아니라 저도 모르게 그리되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하셨지만 도저히 말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어, 그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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