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인 세상

가톨릭부산 2016.04.20 10:11 조회 수 : 39

호수 2379호 2016.04.24 
글쓴이 우리농 본부 

선물인 세상

우리농 본부 051-464-8495 / woori-pusan@hanmail.net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입니다. 마치 앞다투어 생명의 기운을 터트리듯 들판 가득 새싹이 솟아오릅니다. 그래서 지금 농촌은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생명농업을 선택한 농부는 일체의 화학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볍씨를 뜨거운 물로 소독하고, 효소며 목초액 등으로 건강하게 싹을 틔웁니다. 또한 밭은 충분히 갈고 퇴비를 더해 땅심을 북돋워 주고선, 이것저것 한 해 두고두고 먹을 푸성귀와 혀끝이 아니라 온몸에 기운을 더해 주는 향긋한 작물을 심습니다. 이처럼 눈을 들어 사방팔방을 둘러보면 주님 주신 선물 아닌 어떤 것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2천 년 전 사람들은“하늘의 징조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징은 분별하지 못한다.”(마태 16, 3)고 예수님으로부터 타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우리는 시대의 표징은 고사하고 하늘의 징조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어리석은 자가 되어버린 것을. 그렇게 자연은 인간이 노력한 만큼 열매가 맺어지는 냉혹한 논리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값없이 주어지는 선물로서의 세상을 깨닫지 못하는 우리는 그렇게 엉뚱한 길을 계속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 알의 씨앗을 뿌려도 우리 인간의 도움 없이도“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 배의 열매를 맺는”(마르 4, 8) 일이 매일 온 세상에서 기적처럼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감히 인간의 능력이나 재주를 운운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를 알게 될 겁니다. 자연에서는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되는 법이 없고, 반드시 수십, 수백 배의 열매가 덤으로 주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주님이 우릴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사랑은 그래서 언제나 선물처럼 공짜로 주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확실합니다. 만약 자연이 일한 만큼만 결실이 돌아오는 논리의 세계라면, 어떤 선물도 기적도 사랑도 없는 냉혹한 곳이라면, 그런 세상은 이미 멸망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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