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016호 2009.10.09 
글쓴이 강헌철 신부 

오늘 복음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는 이와 예수님의 만남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구약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는 사람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면서도 더 큰 요구를 하고 계십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라는 말씀을 시작으로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준 다음 예수님을 따르라고 하십니다. 가진 것이 많았던 그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어놓아야 한다는 말씀에 울상이 되어 떠나가 버립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하는 이가 울상이 되어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어놓을 수 없음’ 때문이었고, 내어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가진 것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예수님은 가진 것을 모두 내어놓아야 한다고 말씀하실까?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함은 단순히 죽지 않고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기에 하느님께만 전적으로 의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소유에서의 떠남’을 요구하신 것이 아닐까요?

하느님 구원의 역사 안에서 신앙의 성조인 아브라함도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것, 자신이 누리던 특권, 자신에게 익숙한 고향을 떠났습니다. 아브라함은 그러한 ‘떠남’과 하느님을 향한 ‘투신’이 있었기에 신앙의 성조가 되었고, 아브라함을 통해 하느님 구원의 역사가 이 세상에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 앞에 한없이 부족한 우리들이기에 ‘소유’에서 벗어나 하느님께 ‘전적인 투신’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라고 말씀하시고, 제자들은 ‘누가 구원받을 수 있겠는가’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의 대답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 말은 단순히 하느님의 전능하심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으로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가능한 일이고, 하느님께 희망을 걸고 있는 이들에게는 가능한 일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가진 능력, 내가 가진 재물, 내가 가진 안락함을 버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에 방해가 되는 것, 나를 울상 짓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내어놓는다는 것’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의 시작이며, 영원한 생명을 향한 첫걸음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004호 2009.08.02  생명의 빵 염봉덕 신부 
2005호 2009.08.09  종두득두(種豆得豆) 곽길섭 신부 
2006호 2009.08.15  어머니 마리아, 주님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영묵 신부 
2007호 2009.08.16  나는 밥이 되고 싶습니다. 차공명 신부 
2008호 2009.08.23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김강정 신부 
2009호 2009.08.27  손을 깨끗이 자주 씻자?? 오용환 신부 
2010호 2009.09.06  에파타 신진수 신부 
2011호 2009.09.11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이세형 신부 
2012호 2009.09.17  감사합니다. 도정호 신부 
2013호 2009.09.24  손과 발과 눈이 죄짓게 하거든… 신동원 신부 
2014호 2009.10.01  천국 맛보기 김영곤 신부 
2015호 2009.10.01  교회의 참다운 기초 강병규 신부 
2016호 2009.10.09  내가 가진 것을 내어놓는다는 것 강헌철 신부 
2017호 2009.10.18  너희는 가서… 최재현 신부 
2018호 2009.10.22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박갑조 신부 
2019호 2009.10.29  행복은 소유가 아닌, 존재 그 자체 박근범 신부 
2020년 1월 19일 연중 제2주일  하느님의 어린양 김두윤 신부 
2020호 2009.11.05  가난한 과부의 헌금 장훈철 신부 
2021호 2009.11.12  이 순간 최선을 다하자 전열 신부 
2022호 2009.11.19  그리스도왕 대축일 김동환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