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011호 2009.09.11 
글쓴이 이세형 신부 

예수님은 제자들과 카이사리아 필리피 근처 마을을 향해 가시면서 제자들에게 당신에 관한 질문을 하십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베드로가 나서서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하고 대답합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질문을 하셨던 장소, ‘카이사리아 필리피’라는 지역의 역사와 상징성을 알 때, 예수님의 질문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먼저 카이사리아 필리피는 이스라엘의 최북단 헤르몬산 남서쪽 기슭에 위치하며 지금은 바니아스(Banyas)라고 부릅니다. “시온의 산들 위에 흘러내리는 헤르몬의 이슬 같아라. 주님께서 그곳에 복을 내리시니 영원한 생명이어라.”(시편 133, 3) 이 노래처럼 헤르몬산은 하느님의 축복과 은혜를 상징하였습니다. 헤르몬산은 만년설로 덮여 있는 이스라엘의 최고봉(해발 2,814m)이며 요르단강의 시원(始原)입니다. 만년설이 녹으면서 석회석 암반 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네 곳에서 분출하여 요르단 강을 이루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수원지가 단(Dan)이고, 두 번째로 큰 수원지가 바니아스입니다. 병풍처럼 둘러친 바위 아래서 솟아오르는 바니아스 지하수는 장관을 이룹니다(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불릴 정도로). 기원전 20년에 헤로데 대왕은 강력한 로마 제국의 첫 번째 황제 아우구스투스 체사르(카이사르)를 기려서 이 도시를 세웠고 헬레니즘의 영향으로 판(Pan : 半人半獸의 그리스神)을 섬긴다고 해서 파네아스(바니아스)라고 부릅니다. 갈릴래아의 영주 헤로데 필립보는 이곳을 확장하고 아름답게 꾸민 후 수도로 삼고 그 이름을 카이사리아 필리피로 바꾸었습니다.

우상 숭배가 성행하고 강력한 로마 제국에 매혹되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 곧 이스라엘이 영원히 차지할 이 땅을 로마 제국에 바치고 황제의 이름을 본 따 세운 도시를 바라보며 예수님의 질문은 의미심장한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에도 예수님의 질문은 되풀이됩니다. 강력한 로마 제국(경제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과 우상 숭배(부와 명예, 권력이 첫 자리를 차지하고, 무신론적 사고방식이 판을 치고 신앙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 이념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 등등)가 성행하고 있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묻습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하고 하느냐?”

여러분은 어떤 대답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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