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72호 2018.0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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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아이를 키우다 보면 힘들 때가 많습니다. 계속 고집을 피우거나 말을 안 들을 때는 화가 나서 손이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러고 나면 죄책감이 들 때도 있고, 내 성격이 이랬나 싶어서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결혼하면 부부가 되고, 아이를 낳고 나면 저절로 부모가 되지만, 부부로서 또 부모로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은 상대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내 마음대로 다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입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상처나 갈등 대부분은 그 당연한 사실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우자나 자녀에 대해서는 사랑이나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내 마음대로 이끌고 가고 싶어 합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가진 불안 때문입니다. 그 불안은 내 삶에 대해 믿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믿어주질 못하고, 나아가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믿음이 없어서입니다. 참된 믿음은 내가 바라고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믿음입니다. 내가 자녀를 사랑하는 것보다 하느님의 사랑은 더 크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내 자녀의 삶이 그 사랑 안에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내가 바라는 것에 앞서서 상대가 바라는 것을 놓치거나 무시하는 일은 조금씩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믿어줄 수 있는 사랑을 키워가는 것이, 부부가 되어가고,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