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오늘 복음과 독서에서는 예수님께 치유를 청하는 나병 환자와, 필리스티아인과 싸워 이기려고 하느님 현존의 상징인 주님의 계약 궤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스라엘 원로들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겸손하게 청하는 나병 환자의 모습은 치유의 주도권이 자신이 아니라 예수님께 있음을 고백하는 태도입니다. 그러나 전쟁에서 승리하려고 주님의 계약 궤를 이용하는 이스라엘 원로들의 태도에는 주님이 아니라 자신들이 전쟁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교만이 엿보입니다. 

두 대조적인 태도의 결과는 명확합니다. 겸손한 나병 환자의 청원에는 가엾은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신체적인 고통과 사회로부터 격리된 소외감에서 해방시키는 예수님의 치유가 이루어집니다. 반면, 명분 없는 전쟁에서 승리하려던 이스라엘은 대살육을 당하고, 하느님의 궤까지 빼앗기는 징벌을 받고 맙니다. 하느님 앞에 선 인간의 겸손과 교만의 두 얼굴을 본 듯합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같은 하느님인 듯하지만, 각자가 믿고 기대하는 하느님의 얼굴은 전혀 다릅니다.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고, 당신 얼굴을 보여 주실 것을 기대하지만, 정작 내가 원하지 않은 하느님의 말씀이나 명령 앞에서는 그분을 외면하는 것이 솔직한 우리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을 고백하는 것은 ‘나’지만, 정작 그 믿음을 이끌어 주시고 지탱해 주시는 분은 주님의 성령이심을 깨닫는 사람만이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고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송용민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