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 말씀은 세례자 요한이 자신을 따르던 제자들을 예수님께로 보내는 내용입니다.
세례자 요한을 떠올려 보면, 예수님께서도 그를 두고“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 11,11) 하실 정도로, 그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러한 세례자 요한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가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사명을 분명히 알았고,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그 누구보다도 잘 파악했다는 사실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분명 메시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그분의 길을 닦고 미리 준비하는 존재였습니다. 이에 그는“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하며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주저 없이 자기 제자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자신을 따르던 제자들이 자신을 등지고 떠나도록, 예수님을 택하여 그분을 따라나서도록, 자신을 향한 시선을 거두고 주님께로 향하도록 해 주었던 것입니다.
한편 두 제자는 즉시, 예수님을 따라갔습니다. 순간적으로 그들의 삶에 있어 결정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것은 곧 세례자 요한을 떠나는 것이고, 주님을 따라‘어린양의 삶’인‘십자가의 삶’을 택한 것입니다.
이렇게 극적인 선택의 삶을 시작한 주님의 제자들이었지만, 그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갈등 속에, 끊임없이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주님의 가르침을 올바로 이해하고, 그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로 이어지는 주님의 구속사업을 온전히 깨닫고, 그분을 따라 그분처럼 스스로‘십자가의 길’을 택하여 동참하기까지는, 일생을 통한 끊임없는‘선택의 기로’에 서야만 했던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 생활은 어쩌면 순간순간 끊임없이 이어지는‘선택의 삶’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한, 우리가 숨을 쉬고 있는 한, 단지 한 두 번의 선택으로 우리의 신앙 생활이 결론 나지는 않습니다. 전 생애에 걸쳐 끊임없이 이어지는‘선택과 결단의 삶’이 곧, 신앙 생활인 것입니다.
따라서 한순간 우리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섣불리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 없고, 또한 한순간 우리의 선택이 잘 되었다고 해서 그것으로 안일하게 자만하거나 안주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한평생 수없이 이어지는 삶의 갈림길에서,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혼자가 아니라‘주님과 함께 걷는 것’이것이 바로, 우리의 신앙 생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