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잡은 고래’를 읽고
- 예비신학교 상반기 프로그램 독서 감상문 -
허원석 대건안드레아 / 우동성당, 중학교 3학년
성소를 가지고 성직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본인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에게 성소를 주시고 성직자의 길에 한 발자국 내딛게 하시는 하느님이 계시기에 힘든 길을 걸어 성직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못하고도 성직자로서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만으로 성소를 얻는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르네 뤼크 신부님은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사생아로 태어났고, 아버지가 다른 형제들과 생활하며 새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친구 관계도 좋지 못해 삐딱한 문제아였습니다. 하지만 그도 멋 부리기를 좋아하는 마냥 어린아이였습니다. 이 상처 많은 어린아이가 성직자의 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조폭 두목이었던 니키 크루즈 목사님의 강연을 통해서였습니다. 목사님의 강연을 듣는 르네 뤼크의 마음 한구석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갱단의 두목이었던 니키 크루즈가 목사님이 되기까지의 삶을 들으며 르네 뤼크는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감동을 뤼크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조금씩 눈물이 뺨 위로 흘러내렸다.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다행히 아무도 나를 아는 사람이 없었고, 엄마도 나를 볼 수 없었다. 나는 그냥 눈물이 흐르게 내버려 두었다.”이때 신부님의 나이는 14살에 불과했고 어린 그가 강연장을 따라가게 된 계기는 재미있게도 그저 갱단의 두목을 보고 싶어서였습니다.
인생에 대해 늘 부정적이었던 그에게 생의 전환점이 된 이 강연에서 저 또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문제아였던 르네 뤼크는 사제의 꿈을 가지고 하느님에게 더 가까운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서 마침내 신부님이 되었고, 이제는 다른 사람의 영혼을 돌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반항적인 인간에서 도움을 주는 인간으로, 부정적인 인간에서 긍정적인 인간으로, 불평하는 인간에서 항상 감사하는 인간으로 변하였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여건에서도 가슴 깊숙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고, 감사하는 마음은 자신의 잘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위대한 분을 알아보는 겸손에서 시작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성찰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꼭 성직자의 길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