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자화상

by 초롱 posted Jan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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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의 출처 
천주교 서울대교구 홍제동성당 주임신부이신 
유종만 바오로 신부님의 묵상글 중에서

어떤 사람이 길을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사람 살려!" 하는 비명이 들렸습니다. 

소리 나는 곳으로 가보니, 
웬 장님이 낭떠러지 끝에서 밧줄에 매달린 채 
사력을 다해 소리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장님이 매달려 있는 곳은 
평범한 땅 바로 위였습니다. 

밧줄을 놓으면 안전하게 땅을 디딜 수 있는데, 
앞을 보지 못하니까 
죽을 힘을 다해 매달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말했습니다. 

"밧줄을 놓으시오." 

그 말을 듣고 장님이 소리쳤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리 잔인한 말을 할 수 있소? 
이 밧줄을 놓으면 나는 죽는단 말이오!" 

그 순간 밧줄이 툭 끊어졌고, 
장님은 안전하게 땅바닥을 딛게 되었습니다. 

장님은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붙들고 있는 밧줄을 놓으면 죽을 것 같은 두려움, 
그러나 그 밧줄을 놓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지요. 

밧줄은 참 다양합니다.
어떤 분은 명예의 밧줄!!
어떤 분은 권력의 밧줄!!
어떤 분은 재산의 밧줄!!
어떤 분은 권속의 밧줄!!…. 

그 밧줄은 썩은 동아줄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끊어지게 되어 있지요.  

놓으면 죽을 것 같지만 
오히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삶에 실패는 없습니다.
삶은 경험일 뿐입니다. 

더 다양한 삶을 경험하는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