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힘

가톨릭부산 2015.10.12 08:11 조회 수 : 61

호수 2311호 2015.01.18 
글쓴이 장서현 마리안나 

기도의 힘

장서현 마리안나 / 데레사여고 3학년, 소화 쎌 총장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꽃이 피기 위해서는 수없이 흔들려야 함을 정말로 잘 알지만 흔들리는 시간을 버텨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3학년 1학기, 이전까지 이렇다 할 뚜렷한 목표가 없었지만 아버지의 자랑거리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부터 확실한 목표를 세웠기에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이 필요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성적은 떨어졌고, 평소라면 성적 때문에 상처받았어도 금방 털고 일어났겠지만 기대가 큰 만큼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다른 이들의 기대와 다른 이들과 한 약속이 무거워졌던 그 시간은 3년 동안 가장 흔들렸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저를 붙잡아준 것은 신앙이었습니다. 문득 안 좋은 미래가 상상될 때“주님, 제게 더 노력할 수 있는 기회 주시고, 제 손 꼭 잡고 좋은 곳으로 이끌어주세요.”라고 늘 기도했고 지금도 그렇게 기도합니다. 기도를 하면 불안감은 가라앉고 든든함에 다시 힘을 얻었습니다. 간절하게 가고 싶었던 대학의 1차 합격자 발표에는‘불합격’이라는 세 글자가 자꾸 떠올라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그 날, 조금은 웃기지만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며 기도하고 있으면 주님께서 조금 더 열심히 하라고 주는 거라며‘합격’이라는 글자가 쓰인 흰 종이를 건네주는 상상을 했습니다. 기도를 끝내니‘합격’이라는 글자만이 떠올랐습니다. 기도를 통해서 얻었던 것은 확실한 보장도, 미래에 대한 예언도 아닌 위안과 위로였고,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시간, 그 시간이 학업에 혹시 방해가 될까 싶어 미사에 나오지 않거나 점심시간에 묵주기도를 하기 위해 경당을 찾기보다는 정독실을 찾는 친구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들과 마주칠 때면‘뒤처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조바심을 저도 느껴봤기에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들이 안타까웠습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신앙 생활 때문에 시간을 뺏기는 것은 아닐까?’하는 조바심이 생긴다면 신앙 생활이 여유와 평온을 느끼고 또한 위로받으며 다시 한 번 미래를 재정비하는 중요한 시간이라 여기면 좋지 않을까요? 친구가,“기도하는 네 모습을 보고 울컥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고 저를 위해 기도한 적이 많다고도 했습니다.

무언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잠시라도 좋으니 기도해 보십시오. 아무 노력 없이, 터도 없는 황무지에 새로운 집을 지어주시길 바라는 것은 힘들지만 힘이 좀 모자라 미완성된 집에는 완성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기적과 같은 힘을 주시지 않을까요?
(장서현 마리안나 학생은 쎌 총장으로 활동하면서 서울대에 합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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