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대해서

가톨릭부산 2015.10.12 07:26 조회 수 : 66

호수 2267호 2014.04.06 
글쓴이 한정원 베로니카 

‘나이듦’에 대해서

한정원 베로니카 / 부산가톨릭대학교 노인복지보건학과 교수

헤밍웨이(E. M. Hemingway)의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외로운 바다에서 고기와 사투를 벌이면서 담대한 용기와 인내를 보여준다. 노인은 희망, 삶에 대한 강한 의지, 패배를 모르는 용맹함, 타인에 대한 너그러운 연민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상징한다.

인간은 삶을 지속하는 동안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러나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공기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사람은 노화의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매일, 매시간 노화의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젊음에 대한 미련과 열정을 쉽게 잠재우지 않는다.

‘4월은 가장 잔인한 계절’이라는 엘리옷(T. S. Eliot)의 시는 가장 아름다운 때 요동치는 생명력으로부터의 멀어짐을 안타깝게 표현했고, 버지니아 울프(A. V. Woolf)는 모든 만물이 되살아나는 봄, 자신의 미약한 존재에 대해 가장 우울해했다. 생명의 힘이 절정에 이르렀다가 능선을 따라 내려갈 때, 한 번쯤은 성공적 늙어감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회의 노인 문제를 제고하기 위해서 몇 가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모든 노인은 힘없고 연약한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성경에서 우리가 만나는 노인은 백발과 지혜의 소유자로 존경의 대상자가 많다. 노인을 단순히 힘없는 보호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둘째, 많은 노인들이 일을 하고 있다. 일없이 쉬는 분들은 일부분이다. 아이를 돌보고, 가정과 지역 사회를 가꾸고 있다. 단지 일에 대한 금전적 대가가 거의 없는 부문에 종사할 뿐이지 무엇인가 더 가치 있는 일을 생산해 내고 있다. 이처럼 노인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전환은 사회에 대한 의무를 개인으로 넘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보다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책무는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단지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노인이 사회적 문제화 되기 때문에 교회의 의무를 이야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사회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진정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올곧게 세우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현실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하느님이 내리신 네 번째 계명처럼 부모(어른)를 공경하되, 단순하고 일방적인 보호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죽을 때까지의 자립, 자기결정권을 감안한 존경방식을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으로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가 정해놓은 잣대와 다른 시각으로‘나이듦’ 을 고찰해 본다면 하느님‘보시기에 좋은’ 노후는 분명 지금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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