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통공(通功)
김숙남 리베라따 / 부산가톨릭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아는 이가 기다리던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 생명이 탄생하면 주위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기뻐하며 집중하게 된다. 웃음 하나, 옹알이 하나도 신기해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여기며 이야깃거리로 삼기도 한다. 마땅히 축복받을 일이다. 그런데, 생명 하나가 하늘나라에 태어나는 일이 우리에게는 곧 죽음이라는 이름의 과정일 것이다. 하늘나라에서도 이 땅의 우리처럼 새 생명 하나가 태어날 것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조심스러워하거나 기뻐하고 집중할까? 그럴 것 같다! 적어도 우리의 신앙으로는 지상에서의 삶이 끝이 아니므로, 이는 우리가 의지적으로라도 그렇게 믿어야 할 진리이다. 하지만 신앙인인 우리들조차 알게 모르게 내세의 삶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싶어한다. 더구나 어떤 이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내세에 대한 믿음이 미신이나 기복신앙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늘나라로 떠나시는 분들은 모두 늘 큰 가르침을 주고 가신다. 개인적인 사연을 통하여서뿐 아니라, 단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시는 그 공통적인 모습만으로도 그분들은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것들에 대한 애착이 무의미함을, 이 땅에서의 삶에서는 서로 사랑하는 것 외에는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말없이, 온통 존재 자체로 웅변하시는 듯하였다. 때로는 단지 손 한 번밖에 잡아드리지 못한 인연조차 오래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는 것은 그분과의 관계가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통공을 통하여 계속되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대부분 종교가 있거나, 적어도 긍정적인 의미의 종교적 감성을 지닌 분들이시다. 그래서 어쩌면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야말로 사람들을 좀 더 진실 되게 하고 좀 더 인간다움을 되찾게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세상에서 생명의 탄생을 기쁘게 기다린다는 믿음 안에서 이 세상을 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생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환자와 가족을 돌보는 호스피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졌으면 좋겠다. 하늘나라 탄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우리 신앙인들 안에서 이 일에 동참하는 이들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형제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함으로써 자신들의 삶을 정화할 줄 아는 이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온다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다릴 하늘나라 백성들과 땅 위의 우리 사이에도 진정한 통공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