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한 걸음씩

가톨릭부산 2015.10.12 15:36 조회 수 : 94

호수 2121호 2011.08.28 
글쓴이 박상범 요셉 

하느님께 한 걸음씩

박상범 요셉 / 전포성당 신학생

저녁 뉴스는 중부 지방에 내린 폭우로 인한 많은 피해에 대해서 보도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내일 고등부 예신(예비신학생)을 데리고 전주 도보 성지 순례를 가는 것이 염려되었으나, 다행히 다음날, 날이 개어 40여 명의 예신들과 부제님을 포함한 9명의 신학생들은 전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제법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순교자들의 처형장이던 ‘전주 숲정이’였다. 여기서부터 우리의 3박 4일간 도보 성지 순례가 시작되었다.
예신들은 숲정이에서 치명자산 기념 성당까지 오르는 데에도 폭우 같은 땀을 흘렸다. 첫날이라 얼마 되지 않는 거리를 걸었는데도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장시간 책상에 앉아 학업에 매진하던 학생들이, 이 도보 성지 순례를 무사히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이튿날 전주의 따가운 햇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그늘 한 점 찾기 힘든 길을 오전, 오후 내내 묵묵히 걸었다. 다음날도 힘든 길의 연속이었다. 천호성지를 출발 장소로 하여 시작된 도보에서 우리를 반겨준 것은 옛날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미사에 참례하고, 성사를 받기 위해 걸었을지 모르는 축축이 젖은 좁은 산길이었다. 좁은 산길이라 뒤따라 오던 차도 올라오지 못했다. 그저 우리의 목적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뿐이었다. 도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마실 물이 없는 친구들이 생겨났고, 곧 우리 모두는 말라가는 입술에 침을 삼키며 목마름을 이겨내고 있었다. 이틀 동안 걸었던 길과는 다른 산길이라 그런지 우리의 다리를 더욱 무겁게 했다. 그래도 우리는 끝끝내 이 길을 모두 걸어 내었다.
우리가 걸은 길은 단순히 시골 논둑길과 산길이 아니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신부님을 만나기 위해,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사를 보기 위해 걸었던 기쁨으로 가득 찬 길이었다. 박해자들을 피해 어둠 속에서 걸어야 했던 조심스러운 길이었다. 그리고 오로지 하느님만이 전부이기에 목숨까지 내어 놓을 수 있었던 그분들이 당당히 죽으러 나아갔던 길이었다. 내가 하느님을 만나러 성당으로 향하는 길은 어떠한가?
우리 선조들이 하느님을 향해 걸어갔던 길, 도보 성지 순례를 통해 이제 우리가 그 위에 작은 발자국을 새긴다. 순교 성인들의 간절했던 신앙을 생각하며 우리도 하느님께 한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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