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즈카르야는 아비야 조에 속한 사제였습니다. 그의 아내 엘리사벳은 아론의 자손으로 특출한 사제 가문에 속하였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가문에서 후손이 태어나지 않는 것은 더욱 수치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유다인에게 출산은 하느님의 축복이었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은 버림받은 사람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엘리사벳은 사라, 마노아의 아내, 한나처럼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낮추어졌으나, 하느님의 자비와 권능으로 높임을 받은 사람의 표징이 되었습니다. 

즈카르야는 주님의 성소에서 분향하던 중에 가브리엘 천사를 만나 놀라움과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신적 체험에 따른 두려움은 중립적이어서 그것을 체험하는 사람은 믿음과 불신의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천사는 즈카르야에게 아들을 갖게 될 것이며 그 이름을 요한으로 정하도록 지시합니다. 그토록 바라던 아들이었지만 그는 두려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천사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즈카르야는 자신의 아들이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차고, 엘리야의 영과 힘을 지녀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위대한 인물이 될 것이라는 천사의 말을 믿지 못합니다.

늙은 나이의 즈카르야는 그 아들을 갖게 될 것이라는 천사의 메시지를 믿지 못하여 벙어리가 됩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과 판단에 갇혀 하느님께 마음을 열지 못하였습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능력과 판단에 자신을 맡기지 않으면 영적 벙어리가 됩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업적을 전할 확신이 없어 그분의 자비를 선포하지 못합니다. (류한영 베드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