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65호 2017.12.17 |
---|---|
글쓴이 | 홍성민 신부 |
예전부터 두통이 있거나, 몸살이 오면 진통제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약 없이 못 살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안 먹어보려고도 했는데, 그러면 통증 때문에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약을 좀 더 쉽게 끊는 방법은 없을까요?
홍성민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parvus@hanmail.net
두통이나 몸의 통증에는 원인이 있을 테니, 먼저 그 원인을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진통제로 통증을 다스리는 것도 문제일 테지만, 반대로 무턱대고 버티는 것도 옳은 답은 아닙니다. 통증에 대해서는 제가 답할 부분이 아니라서, 꼭 병원에 가셔서 꼼꼼히 진료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제가 답해드리고 싶은 것은 마지막에 하신 질문에 대한 것입니다. 약을 끊는 보다 쉬운 방법을 물어보셨습니다. 사실 저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은, 삶에서 내가 겪는 크고 작은 문제를 더욱 쉽고, 더욱 빠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선(善, Good)이란 쉽고, 빠른 것입니다. 느리고 힘든 것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중독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중독되는 물질이나 행위는 원하는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것일수록 중독성이 강합니다. 오늘 술을 마셨는데, 내일 취한다면 술을 마실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일수록 느리고 힘든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합니다. 인생은 문제를 해결한 결과가 아니라,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의 소중함보다, 원하는 결과를 쉽고 빨리 얻으려고 하는 탓에, 삶 그 자체를 잃어가는 우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