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64호 2017.12.10 
글쓴이 이차룡 신부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이차룡 신부 / 염포성당 주임

  어느덧 대림초에 두 개의 촛불이 밝혀졌다. 오늘 전례의 주제는 우리에게 오시는 구세주를 맞이할 수 있도록 회개의 촛불을 밝히라는 것이다. 오시는 주님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하여 첫째, 세례자 요한은“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마르 1,3)고 하였다. 주님의 길을 닦으라는 말은 거친 광야 같은 우리의 마음을 닦으라는 것이 아닐까? 서로에 대한 미움과 무관심과 불신의 벽을 허물고 먼저 손을 내밀어 울퉁불퉁한 우리의 마음을 닦는 것이다. 주님을 모시기 위하여 교만의 산을 깎고 허물과 약점의 골짜기를 메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약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서로의 약점을 알고 보듬어 주고 챙겨주면서 함께 하느님의 산으로 올라가야 할 것이다. 둘째, 이사야 예언자는“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이사 40,1) 이라고 외치며 하느님의 말씀을 대신 들려준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따뜻이 위로하신다. 이 시대는 위로가 많이 필요하다. 자녀는 부모의 위로가 필요하고, 제자는 스승의 위로가 필요하고, 후배는 선배의 위로가 필요하다. 위로가 되기 위해서는 예수님께서 우리와 같은 처지가 되시어 우리와 함께 하신 것처럼, 같은 처지가 되어 함께 머물러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같은 처지가 되는 것이 위로가 아니다. 주님은 우리와 동행하시어 우리를 하늘나라로 이끄셨다. 다시 말해 희망을 주지 않는 위로는 위로가 아니다. 참된 위로는 함께 하며 이끄는 것이다. 우리 동행자로 오신 예수님처럼 우리 또한 세상 사람들의 이웃이 되고 위로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우리는 요한처럼 겸손한 삶을 본받아야 한다.‘그분은 내 뒤에 오시지만 나보다 더 위대한 분’이라는 말은 겸손의 덕이 없이는 할 수 없는 말이다. 우리 모두는 인생 무대에서 주연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조연이 없거나 엑스트라가 없는 연극이나 영화는 재미가 없으며 감동을 주지 못한다. 선배지만 후배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후배를 칭찬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우리 모두는 인생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려고 하는데 요한은 기꺼이 조연의 역할에 충실하였다. 인권 주일을 맞이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볼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이웃에게 다가가 위로하고 공감하고 경청한다면 추운 겨울이 얼마나 따뜻해질까 꿈꾸어 본다. 잘못했어도, 실수했어도, 넘어졌어도,‘괜찮아’‘그럴 수 있어’‘다시 한번 해보자’하며 응원해 주고 위로해 주는 따뜻한 사람이 그리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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