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14호 2015.0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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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상효 신부 |
문화실조현상
김상효 신부 / 신선성당 주임 airjazz@hanmail.net
어쩌다 좋은 기회가 생겨서 프랑스 파리에서 십여 일을 머문 적이 있다. 파리에 간 사람이면 누구나 가야 하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다가 나도 누구나처럼 루브르 박물관에 들렀다. 책이나 매체에서만 보던 그림들을 실제 내 눈으로 보고 있다는 감동은 십 년이 다 된 지금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벌어진 입을 채 수습하지도 못하고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다 들어선 박물관의 어느 방에서 나는 한참을 머물 수밖에 없었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그림“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라는 그림 때문에,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그림을 감상하며 설명을 듣고 있는 동네 유치원생 무리 때문에 그랬다. 제법 큰 규모의 그림 앞에 유치원생 십여 명이 바닥에 앉아 있고 그 앞에 선생님으로 보이는 어른이 열심히 그림을 설명하고 있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스 말이었지만,‘자유’,‘혁명’,‘민중’ 등의 부서진 단어들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 이 그림은 후에 소설 레미제라블의 바리케이드 장면으로 묘사될 바로 그 현장을 그린 것이라서 이 그림을 설명하려면 이런 단어들이 사용될 수 밖에 없다 -‘나는 저 그림을 보기까지 사십 년이 넘게 걸렸는데 이 꼬마들은 벌써 이 그림을 보는구나’라는 부러움이 생기면서 동시에 한국의 우리 아이들 생각이 나서 슬퍼지기도 했다. 우리의 아이들은 넘치는 학업량 만큼 지식과 정보를 과잉 섭취하지만 정작 내면화된 문화가 주는 삶의 철학과 지혜는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할 수 있는 시간적 물리적 공간을 만들어 주자.
* 제안 : 가까운 아이들에게‘자유’,‘평등’,‘박애’와 같은 인류보편적 가치에 대해 말해 보고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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