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학교병원 원목실 20년을 돌아보며
김영대 도미니코 / 우동성당, 부산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수녀님! 저는 참외도 없고 신자도 아니지만 기도 좀 해주시면 안 됩니까?’어느 날 병실로 들어서는 아우구스타 수녀님을 보고 어떤 환자가 한 말이다. 수녀님께서는 광안리 수녀원에서 아미동까지 매일 버스를 타고 출근하셨는데, 병원에 도착하시면 곧장 ‘찬미 예수’를 외치시며 온 병원을 휘젓고 다니셨다. 그날도 병실을 방문하시며 ‘찬미 예수’를 외치시고 들어서시는데, ‘찬미 예수’를 ‘참외 없수?’로 잘못 알아들은 환자 분이, 수녀님의 방문을 받은 신자들이 기도 받고 위로 받는 것이 늘 부러웠다는 말과 함께 수녀님께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수녀님께서는 그 환자 분을 위해서도 정성스럽게 기도해 주셨고 그 환자는 얼마 후 대세를 받고 돌아가셨다.
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몸이 아파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게 되지만 병원은 기억을 떠올리기조차 싫은 고통이 있는 곳이고 어쩌면 저주 받은 곳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원목실이란 존재는 이러한 병원을 참으로 우리가 감사해야 마땅한, 축복 받은 곳으로 변모시킨다. 예수님은 특별한 기술로 사람들을 치료하신 것이 아니었다. 아픈 사람들은 ‘네가 나았다’라는 예수님의 말씀만으로 나았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육체의 병이 ‘저주’가 아니라 ‘구원의 축복’이 된 것이다. 그러기에 가톨릭 재단이 아닌 병원에서의 원목 활동이 부산대학교 병원에서 처음 시작된 후, 부산교구에서는 드디어 교구 내 모든 병원을 관장하는 부서와 원목 신부님을 두게 되었고 ‘고통만 있는 병원’을 ‘구원의 축복이 있는 병원’으로 변화시킬 사업을 시작하였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년의 짧은 기간 동안에 그렇게 위로 받고, 회심하고, 새롭게 하느님을 만나게 된 환자나 그 가족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톨릭 원목실을 통해 제대로 된 호스피스 활동이 시작되었고, 직원 레지오 활동을 하기도 하였으며, 어떤 해에는 일곱 명의 교수님들이 동시에 세례를 받기도 했다. 좋지 않은 환경에 신부님, 수녀님들을 모시는 것이 늘 죄송스럽고 가슴 아프지만, 시작도 그 분이 하신 것과 같이 지금 이 순간 이루어지는 일 모두가 다 그 분께서 하시는 일이기에, 이러한 송구한 마음조차 그분께 돌리며 그저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