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53호 2017.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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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권순호 신부 |
반모임에 가면 부담스럽습니다. 저는 신앙심이 깊지 않아서 성경을 읽어도 아무 생각이 안 나고, 말주변이 없어서 어떻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반원들은 기도면 기도, 나눔이면 나눔, 유창하게 잘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반원들처럼 반모임에서 기도나 나눔을 잘 할 수 있을까요?
권순호 신부 / 주례성당 주임 albkw93@hotmail.com
어느 책에서 참된 나눔을 위한 4가지 원칙에 대해 읽은 적이 있습니다.“첫 번째, 나의 차례가 주어졌을 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참된 것과 진심 어린 것만을 나눈다. 둘째, 무엇보다 내가 말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훈련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침묵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나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을 훈련한다.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변명하거나, 방어적이지 않게 간단하게‘예’할 것은‘예’하고‘아니요’할 것은‘아니요’하듯이 담백하게 말한다. 넷째, 머릿속으로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미리 예행 연습하지 않는다. 그 때 그 때 마음 속에 주어지는 것을 정직하게 말한다. 세련되게 말하는 것보다 서툴지만 진실되게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잊지 않는다.”이는 사제인 저에게도 정말 필요한 충고이기도 합니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거의 15년 사제생활 동안 강론을 하다 보니 저의 말솜씨도 엄청 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기 보다는 내 말만 하려고 하고, 화려한 언변에 점점 진심이 없어지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화려한 말에 진심은 없고 물건을 팔려는 꿍꿍이만 있는 약장수를 닮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되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말씀을 듣기 위해 먼저 침묵하기를, 화려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말로 기도하기를 가르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화려한 기도가 아니라 진심의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자신의 말을 잘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들읍시다. 그리고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진실된 말로 기도하고 예수님의 삶을 나누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