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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빈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루카 6,6-11




 



다시듣기가 안되시는 분은 바로듣기를 선택해주십시요

오늘의 복음은 오그라든 손을 펴 주신 예수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과 율법 학자들의 차이점, 특별히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차를 볼 수 있습니다.
회당에서 만난 오른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고발할 구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시선으로 쳐다봅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시면 고발할 증거가 하나 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율법학자들의 사고방식은 ‘죽음의 위험이 없는 한, 안식일에 병자를 고쳐주거나 부상자를 간호하는 것조차 금할’ 만큼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하느님을 위하고 그분의 안식일을 위한다는 핑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 사람들이 잊고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가?” 하는 더 크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른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가운데 세우십니다. 그리고 물음을 던지시는데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도록 하시는 물음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묻겠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오른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시면, 안식일을 어겼다고 고발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의 이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합니다. 아니 답을 모른다기 보다는 자신들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기 싫어서 대답하지 않은 것입니다. 마태복음 23장에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는 예수님의 물음에 '하늘에서 왔다.’ 하면, ‘어찌하여 그를 믿지 않았느냐?’ 하고 우리에게 말할 것이고 ‘사람에게서 왔다.’ 하자니 군중이 두렵다면서 "모르겠소." 하고 대답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마태 23,21- )
예수님께서는 율법학자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시며 병자를 고쳐주십니다.
여기서 또 한 번 놀라운 장면이 등장합니다. 불구였던 사람이 온전한 몸이 되었는데 함께 기뻐해주지는 못할망정 골이 잔뜩 나서 예수님을 어떻게 할까 서로 의논하는 율법 학자들의 모습입니다.
병들고 약한 사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 편에 서주시는 예수님과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율법 학자들의 모습.
형제 여러분, 이 장면은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보다 약하고 힘없는 사람, 그래서 내가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이 있습니까?
어쩌면 그 사람은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멀리 있는 사람과는 보통 깍듯이 예의를 잘 차리니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만나는 예수님의 모습을 마음 속에 잘 새깁시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예수님에게서 배워 익힙시다.
어쩌면 내가 가족이나 성당에서 만나는 형제들을 쉽게 생각하고 살아가지는 않았는지 점검해봅시다.
이치에 맞고 옳은 말인데도 내가 해왔던 말과 다르면 꼬투리 잡으려 하고 골이 잔뜩 나버린다면 오늘 복음의 율법학자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오늘 미사의 알렐루야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요한 10,27 참조)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 그 온도차를 생각하게 하는 예수님 모습을 보며 그분이 나를 바라보시는 시선 또한 묵상했으면 합니다. 그분은 오그라든 우리의 영혼, 육신을 잘 아십니다. 어떤 상태인지 잘 아십니다. 예수님은 안식일일지라도 우리를 고쳐주고자 하십니다.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으려 눈에 불을 켜고 있어도 예수님께는 내가 더 소중하기에 고쳐주려 하십니다. 그리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진리를 깨우쳐주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시선과 ‘손을 뻗어라’고 하시는 그분의 음성을 간직하고 오늘을 보낸다면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에 해당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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