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449호 2017.0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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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철호 신부 |
마리아와 마르타 이야기(루카 10, 38∼42)에서 말씀만 듣는 마리아가 열심히 시중드는 마르타보다 더 좋은 몫을 택했다는 예수님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jubo@catb.kr
예수님께서 진정 바라는 것은“당신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르타는 시중들기 위해“분주”하면서도 정작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마르타에게 예수님께서는“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고 있다”고 야단하십니다. 이와 달리 마리아는 그분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입니다. 후에 마리아는 분명 자신의 방식이 아닌, 주님의 방식으로 봉사하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두고“좋은 몫”을 택한 사람이라고 단언하시는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루카 10, 42) 모든 마음을 꿰뚫어 보시는 예수님께서는 두 자매 중 누가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종종 마르타에게 감정 이입이 되는 분들을 봅니다. 손님맞이에 분주할 때 도와주지 않고 얄밉게 손님 발치에 앉아 노닥거리는 이들이 못마땅했던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은 자기 식대로가 아닌, 주님의 식대로, 곧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있지, 남들 일할 때 눈치 보며 일 안하는 것이 잘하는 것임을 말하는 데 있지 않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실제 루카 복음 6장 46∼49절 말씀은 주님의 말씀을 실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천할 때 누구의 뜻을 실천하는지는 항상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