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063호 2010.0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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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덕순 엘리사벳 |
낙동강 도보 순례를 마치고...
홍덕순 엘리사벳(만덕성당)
지난 6월 29일 토요일, 아침부터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던 날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우포늪과 낙동강 현장 도보 순례길을 나섰다. 먼저 도착한 1억 4,000년의 비밀을 간직한 우포늪! 물 억새, 마름, 창포 등 각종 물풀과 귓가를 날아다니는 곤충들, 영화 속의 한 장면에서나 봄직한 나룻배가 수양버들 밑에서 편안히 쉬고 있고, 가시연과 각종 수련들로 뒤덮인 늪 표면은 초록 융단을 깔아놓은 듯했으며 비온 뒤라 운무가 드리워 고즈넉한 늪 풍경은 평화스러움과 신비 그 자체였다.
다음은 의령 적포교에서 함안보까지 낙동강 공사 현장을 둘러보았다. 강 안에서 모래를 파내느라 분주한 포클레인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강에서 파낸 모래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주변 농지와 빈 습지에 차곡차곡 쌓여 거대한 모래 무덤을 만들고 풀들은 모래더미에 깔려 죽어가면서도 그 사이에서 끈질긴 생명들은 삐죽삐죽 나오고 있었다. 모래 무덤의 높이가 동네보다 높은 지역이 허다했다.
홍수가 나면 물을 품어줄 논과 밭, 낙동강 따라 몇 개 안남은 아름다운 습지가 파묻히고 있었다. 강 한가운데서 삽질해서 모래를 퍼 올리면 뒤따라 흙탕물이 그대로 원류에 유입되고 그 물이 정수장을 거쳐 우리 식탁으로 오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부산만이 강물 원수를 마시는 유일한 지역이란다. 그래서 부산의 물 정화 기술이 최고라고 한다. 하지만 원수의 질을 믿을 수 없는데 그 물을 정화하는 데는 결국 화학 약품의 힘이 아닐까? 요즘 매스컴에서 시끄러운 함안보는 볼 수도 없이 방음벽이 둘러쳐져 있었다. 무엇이 무서워서인지 모르겠다. 낙동강 정비는 수질 개선이라는데 개선되면 좋은 물을 먹을 수 있는데 왜 주기 싫다는 남강 물을 끌어다 먹네, 못 먹네, 싸우는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 도착지인 창아지 마을의 3km 개비리길을 걸었다. 개비리는 강을 따라 한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오솔길인데 이 동네와 저 동네의 연결통로며 학교 등교 길로 사용되었다 한다. 군데군데 산딸기도 나 있고 계속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 감탄사가 나오는 아름다운 길이였다. 삼락 둔치에서 4대강 중단 및 삼락 둔치 수변 보존 및 농지보전을 위한 미사를 끝으로 길고도 의미 있는 하루 일정을 마쳤다.
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주부이자 신자의 한 사람일 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길거리로 뛰쳐나가 데모를? 4대강 사업은 국책 사업이며 상당한 진척도를 보이고 있어 중단을 해도 보통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니다. 달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지만 진정 강을 살리고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방향으로 가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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