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445호 2017.07.30 
글쓴이 황호성 비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황호성 비오 / 안락성당

  본당에서 실시한 100주간 성경말씀일기를 시작할 때 사실 나는‘내가 과연 이 많은 성경 말씀을 묵상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과 함께‘시작을 하더라도 제대로 끝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불안감이 마음속에 가득했다. 실제로 나는 말씀일기를 쓰는 2년 동안 세상일에 바빠 일주일이나 열흘 치를 한꺼번에 읽고 쓰는 날도 있었고, 때로는 보물찾기 하듯 적당한 문장을 골라 일기장에 적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써 내려간 2년간의 말씀일기를 봉헌하면서 나는 나의 부끄러운 실천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 채 주님께 이렇게 감사의 기도를 적었다.

  성경 통독의 끝 절을 오늘로 마무리 합니다. 하루 일이십 분의 작은 묵상이 언제나 내 삶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이렇게 사는 게 아닌데...’하며 나를 채찍질하기도 하고 일과를 끝내고 성경을 대할 때면 절벽처럼 막아서는 자책과 후회로 인해 성경읽기 전 기도문도 제대로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주님의 자비가 내 영혼을 에워싸는 듯한 거룩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세상의 희노애락 속에 빠져있을지라도 조금씩 나의 삶을 주님 안으로 이끌어가는 손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끝이 곧 새로운 시작이라는 진리를 명심하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성경 말씀일기를 본당에 봉헌하던 날“말씀일기를 통해 일상에서 넘치도록 채워주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체험하셨을 것”이라는 주임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생각해보니 나의 감사 기도는 참으로 교만하고 정직하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다만 한 구절만 적었으면 되었을 것이다. 반성하지 못하고 공동체 속에서 이기적인 행동만 취하며 다른 이에게 관대하지 못했던 죄도 통회하며‘주님! 저는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기에는 너무나 부족합니다!’라는 단 한 구절만 썼더라면 스스로에게 나는 꽤 정직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의 길을 주님과 함께 가겠노라고 고백하기도 쉬웠을 것이다.
  나는 이번 말씀일기 실천을 통해 내가 더 겸손해야 함을 깨달았으며,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것이 매우 먼 길이고, 가슴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발까지 가는 것이 더욱 더 먼 길임을 성찰할 수 있었다. 성경 속에서 끊임없이 나를 가르쳤던 그 말씀은 무엇이었는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서로 나누어라. 서로 의심하지 마라. 서로 반목하지 마라. 그렇게 매일매일 주님께서는 내 귀에다 대고 발을 움직이라고 충고해 주셨는데도, 나는 무거운 납덩이처럼 움직이지 않았음을 다시금 반성했다. 이제야 나는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듯 조금씩, 조금씩 나의 이웃을 둘러보며 걸어가려 한다. 내가 지치고 힘들 때 주님의 손이 나를 잡고 이끌어 주시리라는 것을 굳게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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