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가 터졌어요!

가톨릭부산 2015.10.07 06:36 조회 수 : 94

호수 2049호 2010.05.16 
글쓴이 최은화 마르타 

신부님 ○○가 터졌어요!

최은화 마르타 / 반송성당

올해 우리 본당에 새로운 신부님이 부임하셨다. 젊고, 패기 넘치는 멋진 신부님이다. 본당에서 처음 미사를 드리는 날 신부님은 한 쪽으로 몸을 기울이신 채 어디가 불편한 듯 미사를 드리셨다. 앞에 계셨던 신부님께서 몸이 많이 편찮아 신자들이 걱정이 많았었는데 새로 오신 신부님마저 첫 미사에서 그런 모습을 보니 신자들은 다시 걱정에 휩싸였다. 미사가 끝나고 성당 문을 나서면서 신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부님이 몸이 불편하신가봐" "허리를 반듯하게 못 펴시던데…"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겠는지 한 자매가 신부님께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신부님, 몸이 어디 불편하세요?" 신부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고, “사실 ○○가 터졌어요!" 그러자 거기 모인 할머니들이 까르르 웃으셨다. 지나치며 얼핏 듣기로는 뭐가 터지긴 터졌다고 했는데 정확히 듣지 못해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뒤 신부님께서 입원해서 수술까지 받으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때 지나치며 들었던 '터졌다'는 말이 갑자기 뇌리를 스치면서 '그래, 뭔가 크게 터졌나 보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그때 왜 까르르 웃으셨을까?'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이렇게 커져만가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다음 주일 미사에서 시원하게 풀렸다. 신부님은 핼쑥한 안색으로 여전히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시고 강론을 시작하셨다. "제가 며칠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먹고 배출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일상 중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일상이 참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것을 느낀 한 주였습니다. 제가 치질 수술을 받고 왔습니다." 성당 안 여기저기서 '킥킥'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랬다. 내가 지나치다 얼핏 들은 말 '터졌다'는 신부님의 똥꼬가 터졌다는 소리였다.

주일학교 아이들부터 연세 지긋한 할머니까지 모두들 좋은 신부님이 우리 본당에 오셨다며 좋아한다. 유난히 할머니 신자들이 많은 우리 본당에서 신부님은 어떻게 하면 한 번 더 할머니들을 웃겨드릴까 고민하신단다. 반면, 할머니들은 신부님의 얼굴빛이 조금이라도 어둡거나 기운이 없으실 때마다 "오늘, 신부님 안색이 안 좋지?" "그래, 기운도 없어 보이시고?" "신부님, 똥꼬가 아직 아프신가?" 하며 신부님 걱정을 하신다. 서로가 섬기는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시는 신부님, 신부님을 사랑하고 기도하는 신자들이 많이 있음을 기억하시고, 어려울 때마다 힘내세요. 그리고 우리 본당에 계시는 동안 많이 웃으시고, 행복하시길 두 손 모아 기도 드립니다.

번호 호수 제목 글쓴이 조회 수
351 2746호 2023. 2. 26  “시노달리타스 여정인 사순 시기의 수덕” 프란치스코 교황  21
350 2743호 2023. 2. 5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31차 세계 병자의 날(2023년 2월 11일) 담화 (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15
349 2738호 2023. 1. 1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56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2023년 1월 1일)(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19
348 2732호 2022. 11. 20  2022-2023년 제37차 세계 젊은이의 날 담화 (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17
347 2731호 2022. 11. 13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6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2
346 2728호 2022. 10. 23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2년 전교 주일 담화(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6
345 2724호 2022. 9. 25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108차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4
344 2715호 2022. 7. 24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2차 조부모와 노인의 날 담화(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2
343 2695호 2022. 3. 6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2년 사순 시기 담화(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7
342 2685호 2022. 1. 1  제55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요약) 프란치스코 교황  6
341 2631호 2020.01.01  제54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요약)- 평화의 길인 돌봄의 문화 file 프란치스코 교황  2
340 2457호 2017.10.22  십자가의 길 기도 드리러 오세요 최태복 엘리사벳  222
339 2392호 2016.07.24  예비신학교 상반기 프로그램 독서감상문 - 『천국의 열쇠』를 읽고 최종민 마티아  184
338 2693호 2022. 2. 20  ‘나는 지금 시노달리타스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최재석 사도요한  51
337 2673호 2021.10.17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루카 10,2) 최재석 사도요한  16
» 2049호 2010.05.16  신부님 ○○가 터졌어요! 최은화 마르타  94
335 2142호 2012.01.15  그분 안에 뿌리를 내리다. 최은혜 젬마  91
334 2186호 2012.11.4  무료급식 현장에서 최영홍 요셉  51
333 2643호 2021.03.21  그리움이 향하는 곳 최영수 요셉  25
332 2257호 2014.01.31  피! 그 소중한 의미 최석철 스테파노  211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